<해당 인터뷰는 작품 트레이스 유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자기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스물다섯 살이 된 섹시해지고 싶은 노윤입니다. 지금 트레이스 유를 하고 있구요.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하고 있으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트레이스 유> 하면서 머리 스타일을 자주 바꾸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뽀글뽀글하게 꽈서 락커처럼 보이는 스핀 스왈로 펌을 했구요. 머리가 점점 길어져서 자르고 자르고 하다 보니까 파마기가 없는 머리가 조금씩 나와서 또 이제 뭘 해볼까 하다가 제가 한 번도 염색해본 적이 없어서. 한 번쯤 도전해보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색을 바꿔볼까 고민을 하던 와중에 분장 선생님과 얘기를 하는데 탈색을 한 번 해보겠냐고 권유해주셔서, 카키 그레이로 정하고 탈색 두 번을 하고, 염색을 한 번을 했습니다.
<트레이스 유> 대본을 처음 받아봤을 때 어땠어요?
‘이게 뭐지?’ 딱 이거였어요. 그리고 5초 뒤에 든 생각이, ‘이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정말 트레이스 유를 처음 보는 관객들이 느낄 수 있는 그 감정을 그대로 느꼈어요. 왜냐면 공연을 못 봤기 때문에 무대에서 구현된 것을 본 적도 없고, 텍스트로만 보다 보니 오디션 씬이나 이런 구간들이 다 비어있어서 더 어려웠어요.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스토리가 이해가 됐어요. 세네 번 읽었을 때는 이런 게 숨어 있구나를 알게 됐던 것 같아요. 처음 읽었을 때는 말 그대로 멘붕이었죠.
우빈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나간 과정이 궁금해지네요.
지금도 보시는 분들 입장에서 우빈이는 ‘노윤 배우의 우빈이는 이런 우빈이구나’라고 보실 수도 있지만 저는 아직 정확하게 정의를 못 내리겠어요. 처음엔 ‘공존’이라는 단어만 생각해두고 있었는데, 이제는 공존보다도 서로 안 보이는 끈을 가지고 있는 게 제 우빈이의 키워드인 것 같아요. 본하와의 끈이라는 게 공존인지, 나의 장난감일지, 갑을 관계일지 정의할 수 없지만 본하와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이런 기본조차 없었어요. 극장 들어가서 드레스 리허설 들어가기 전까지 멘붕이었어요. 내가 뭘 할 수 있는 게 안 보이는 거예요. 뭔가를 넣을 구간은 많은데 여기서 뭘 해야 할지. 여기서 휙 바뀌는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조차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요. 처음엔 형들이 하는 걸 많이 보려고 했어요. 연습 아웃 타임이 되어도 형들이 런 돈다고 하면 앉아서 계속 보고. 너무 막막하니까 우선은 보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리고 경력이 있는 형들이다 보니 더 도움이 되었고요.
인생을 살면서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이 대본을 봤던 게 <트레이스 유>였던 거 같아요. 아무리 봐도 답이 안 나오지만 이걸 보고라도 있어야 생각이 나니까. 계속 혼자 걸어가다가도 대사를 중얼거려보기도 하고. 계속 연습했어요. 공연을 시작하면서는 계속 모니터하고, 비어있는 부분 체크하고 뭔 갈 더 해야겠구나 생각을 하면서 채워나갔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만들어낸 ‘노윤 우빈’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패기. 젊은이의 패기. 그리고 체력적인 부분에서 에너지가 넘치지 않을까. 물론 형들도 워낙 체력이 좋으셔서 비슷비슷한 것 같지만. (웃음) 하나 더 있다면… 하드웨어는 제가 조금 나이 들어 보일 수 있어도 소프트웨어는 젊지 않을까요. 형들은 경력이 많으셔서 본인들이 만들어가는 게 많으시다면 제 입장에서 누군가 도움을 줬을 때 흡수해서 받아들이는 게 빠르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로 핫 선생은(웃음), 성일이 형에게 정말 많이 배웠어요. 물론 연습실에서도 연습을 많이 했지만 끝나고 나거나 쉬는 날에도 만나서 같이 연습하고. 어떻게 보면 배우 대 배우로서 서로의 연기를 디렉팅 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도 제가 형에게 많이 부탁해서 배워갔던 것 같아요. 많은 걸 알려주셨고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러다 보니 저뿐만 아니라, 조금이지만 상대방 연기의 결까지 느끼게 될 수 있었었어요. 이게 제가 어린 만큼 백지상태다 보니 금방 배울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이 아닐까. 노윤 우빈의 장점은 젊은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트레이스 유>는 결말과 흐름이 매우 유연한 공연인데, 어디서 어디까지 상대 배우와 약속이 된 건지 그 경계가 궁금합니다.
관객분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시는 질문 같아요. 대체 언제 서로 이야기를 하시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즉흥이며 어떤 부분을 짰는지. 저랑 성일이 형 같은 경우에는 공연장에 오기 전에라도 뭐가 생각나면 우선 전화를 해요. 일단 전화로 던져놓고 극장에서 만나서 거기부터 머리를 쥐어짜면서 생각을 하는 거죠. 변주가 많다 보니까 부담되긴 하는데 배우로서 욕심도 생기더라구요. 우선은 큰 그림과 결말만 정해둬요. 그걸 기반으로 저는 우빈이가 처음부터 등장했을 때 이걸 어떻게 살짝살짝 복선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만들어가기 시작해요. 오디션 씬도 상황이나 큰 컨셉 정도만 잡아두고, 엔딩 그림을 맞추는 것 이외에는 그 안에서 각자 서사를 쌓아가면서 만드는 것 같아요. 석진이 형처럼 어쩌다 한번 만나서 공연하게 되거나 규원이 형을 오랜만에 만나 공연하는 경우에는 공연 전에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를 드라이하게 읊어보면서 가볍게 맞춰두기도 하고요.
그렇게 큰 그림만 두고 가다 보면 상대방의 호흡이나 감정을 그때그때 캐치하고 따라가는 게 어려울 것 같은데요. 정해둔 대로 가지 않는다거나.
그럴 때가 있죠. 공연하면서 그렇게 느끼다가 성일이 형 눈을 보고 필이 올 때가 있어요. 아직 공연의 초반부긴 하지만 ‘아, 이게 우리가 얘기한 느낌에서 다르게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때가 있죠. 그럼 꼭 미리 이야기한 대로만 가지 않고 그때부터 싹 바꿔요. 공연 중 서로가 번갈아가며 대기실에 있는 동안에는 형이나 제가 종이에 바뀐 생각을 써두기도 해요. 굳이 쓰지 않더라도 서로 즉흥적으로 바꿔서 이어가거나. 그러다 보니 공연 전에 미리 말을 해두더라도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더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런 날이 더 어려우면서도 더 재밌죠. 그리고 저는 최대한 눈을 많이 보려고 해요. 보통 사람이 눈 보고 있으면 거짓말인지 아닌지 대충 보이잖아요. 그래서 상대방의 눈을 보거나 아니면 그 사람의 모션, 나중에 노래할 때 따라 할 수 있다든가 그런 것들? 최대한 본하의 상태를 체크해서 제가 그걸 역으로 이용하거나 써먹으려고 해요.
그렇게 다양한 결말을 만들다 보면 단순한 결말 이상의 이야기까지 상상할 수 있겠네요.
규원이 형이랑은 결말을 이어서 보여드린 적도 있었죠. 어느 날 형의 본하가 엔딩에서 약을 먹은 거예요. 다음 공연 때 이것만 막아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음번 공연 날 제가 본하가 약을 못 먹게 막았고, 그 다음번에는 본하가 약을 먹고 우빈이까지 같이 동시에 쓰러지는 식으로 연결시켜서 보여드렸던 것 같아요. 이렇게 엔딩을 잇는 건 사실 그다음에도 해보려고 했는데, 계속 생각을 해봐도 그날그날 공연 느낌이 너무 많이 다르다 보니까 그렇게 세세하게 바꿔서 잇는 게 힘들더라구요. 이어가기 보다는 아예 리버스를 해보자 해서 전날 엔딩을 뒤집어서 가져갔던 공연도 있었어요.
매일 변화하는 공연 속에서도 우빈에게서 이것만큼은 고수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원래는 ‘공존’이었고 다른 인터뷰에서도 그렇게 말씀을 드렸었어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규원이 형이랑 공연하면서 ‘본하가 내 말을 안 들으면 없애버리고 새로운 본하를 데리고 와야지.’라는 생각으로 공연을 했던 적이 있어요. 이때, 제 생각이 깨졌어요. 원래 가지고 있던 ‘공존’이라는 고정 키워드가 깨진 거죠. 그래서 앞에 말할 때는 공존보다는 본하와의 ‘보이지 않는 끈’이라고 앞에서 표현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놓지 않고 보여드리려고 하는 부분은 ‘태양에 눈이 멀어서’넘버 이전까지는 본하를 많이 애정하는 느낌으로 봐주려고 하고 있어요. 어떨 땐 애정이 집착이 되어서 내가 본하에게 매달릴 수도 있고, 애정해서 어느 순간 핀트가 나가서 ‘얘를 내 밑으로 눌러야겠다’ 같은 집착이 되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약간의 애정은 가지고 간다고 생각해요. 말한 것 말고도 계속해서 스스로의 우빈이에 대해 고민 중이에요. 극과 극의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매우 즐기고 있지만, 변치 않는 가이드라인을 잡을 수 있다면 확실히 배우로서 깊어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공연이 많이 안 남았지만, 앞으로 더 많이 고민하면서 만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트레이스 유>는 대표적인 마니아 공연으로 손 꼽히는 공연인데요. 처음 보는 관객과 매일 보러오는 관객. 이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어려울 것 같아요.
안 그래도 공연 시작하기 전에 얘기를 하는데, 트레이스 유 reprise 를 부르지 말고 무대에도 나오지 않는 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던 날이 있었어요. 그랬는데 다시 생각을 해보니까, 물론 매일 오는 분들도 계시지만 처음 오는 분들에게 뮤지컬에서 노래를 한 곡을 맘대로 빼는 건 무리수 같은 거에요. 변주를 하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은 해야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매번 보는 분들은 사실 정말 사소한 디테일도 다 봐주시는 분들이에요. 그런 분들의 즐거움을 위해서는 디테일을 늘려가고 있구요. 처음 보는 분들은 이 극의 많은 디테일을 다 관찰할 수가 없어요. 디테일이 문제가 아니라 큰 그림을 위주로 봐 주시기 때문에. 웬만하면 대사 전달이나 노래할 때 딕션이나 발성을 신경쓰고 있어요. 그리고 대사를 칠 때 본하한테 줄 것이냐, 관객한테 줄 것이냐를 확실하게 나눠서 관객에게 줄 때는 이들이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정확히 알게끔 하는 것이 제 첫번째 의도인 것 같아요. 본하한테 줄 때도 ‘이거 애매한데?’ 이런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기본적인 것들을 많이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기본적인 것을 지키면서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서 어렵죠.
그럼 위에서 말한 두 가지 타입의 관객들을 위한 가이드를 준다면?
일단 솔직하게 얘기하면 처음에는 콘서트 형식으로 엄청 신나게 가다가 어느 순간 잠잠해지고, 분위기가 어두워지고. 그러다 보면 한순간 졸리실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특히 처음 보시는 분들은 더욱더. 근데 그러다 보면 정말 아쉬운 게 사실 이 극은 대사보다 노래 가사에 모든 스포일러가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비유적이면서도 직설적인 표현들이 존재하거든요. 후반에 이어지는 ‘여자가 죽다.’ – ‘그 여잔 널 버렸어’ – ‘또라이 Ⅱ– ‘그녀의 고백’까지 다 들어야 그녀의 죽음, 그녀가 죽게 된 경위 그리고 그녀의 정체까지 이 모든 사실을 제대로 아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하나 제 대사 중에 ‘걱정하지마. 이제 여기서 나갈 수 있어. 3년 전 그날 네가 그 여자를~’ 하면서 약을 들고 정신병원에 관해 말을 할 때. 그 씬을 보지 않으면 이 아이들이 어디에 있었고, 왜 이렇게 힘들어했고, 아파했는지를 알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대사를 하면서 관객분들께 더 잘 전달하려고 하고 있지만 여차하면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 보시는 분들은 그 부분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자주 봐주시는 분들은 사실 이 극의 커튼콜 때만 해도 모든 대사와 가사를 알고 계실 만큼 이 극을 사랑하시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에요. 전 정말 놀랐던 게 극의 흐름에 맞게 단어 하나를 바꿨는데 그것까지 바로 알아채시더라구요. 그런 작은 것들도 집중해서 봐주시고 그럴 때마다 희열을 느껴요. 그 분들은 이미 다 아는 내용이겠지만 어느 부분들에서 이 배우들이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으니 제가 보여드릴 변주를 더 집중해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본인이 우빈이라면. 본인의 성격으로는 어떠한 선택을 할 것 같은지.
다양한 우빈만큼이나 다양한 본하가 있기 때문에. 어떤 본하를 만나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성일 본하라면 조금 더 지켜봐 주고 싶고 내가 얘를 끌어안고 가보고 싶은 느낌이고. 규원 본하처럼 계속 외통수로 난 몰라 그러고 있으면 답답해서라도 넌 안 되겠다,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트레이스 유는 배우 자체가 많이 투영되는 극이라고 생각해요. 본하든, 우빈이든. 그 사람의 아픔이 많을수록 상처가 많은 캐릭터로 투영되기도 하고. 한가지 예로 전 평소에 감정 표현을 크게 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화도 잘 안 내고. 화가 나더라도 소리를 안 질러요. 그러다 보니 제가 표현하는 우빈이도 화가 나면 조곤조곤 말하게 되거나 존댓말로 비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결국은 저의 모습이 반영되기 때문에 제가 우빈이라면 지금 하는 연기대로 행동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그것보다는 조금 더 달래고 어르고 해보겠죠.
4개월이라는 긴 공연 기간이었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회차를 소화하면서 컨디션 조절하기 어렵진 않았나요?
힘들었죠. 공연 회차를 보니까 트레이스 유가 총 130~140회 정도 하게 되어있는데 그중 제가 50회를 넘게 하더라구요. 조금만 더 나이를 먹었다면 이렇게 소화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제가 성대가 튼튼한 편인데 실시간으로 안 좋아지는 게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었고요. 한 주에 공연을 다섯 번 하기도 하고, 계속 주 4회씩은 가다 보니… (웃음) 가장 바쁜 시기엔 병원 가서 수액을 맞다가 공연을 하러 가기도 하고. 힘들 때 컨디션 조절이라기보다는 몸보신 되는 걸 많이 먹었어요. 공연 전에 오리 백숙도 먹으러 가고. 맛집도 다니고 먹는 거로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제가 하루에 밥을 대여섯끼 먹는데 물론 그래도 요새 살이 많이 빠졌어요. 의상도 커지고, 심지어는 신발도 커져서. 아무리 잘 먹어도 트레이스 유라는 작품 자체에 쏟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힘들 때는 공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요. 목 쓰기 네 시간 전에는 꼭 일어나야 해서 그 전엔 일어나구요.
그리고 그 긴 공연 기간이 벌써 거의 막바지에 다가왔어요. 공연 시작과 지금 다르게 생각 등이 바뀐 부분이 있는지.
그날그날 공연마다 ‘여자’의 존재가 헷갈릴 때가 많아요. 이 여자가 진짜 있나? 본하를 괴롭히려고 이 존재를 만들어 낸 건가? 이런 생각도 들기도 하고, 혹은 내가 제2의 인격이 아니라 제3의 인격이라면? 또 다른 인격이 있다면? 이런 별의별 생각도 다 들어요. 처음에 연습할 때는 트레이스 유 reprise가 되는 순간 우리는 무조건 여기서 나갔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어느 날 생각이 든 게 ‘내가 이렇게 얘한테 애걸복걸하면서 울고 있는데 나갈 수 있을까? 얘가 이걸 원치 않으면 못 나갈 텐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트레이스 유를 하면서 뭔가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기보다는 <트레이스 유>를 하니까 생각이 많아져서 더 어지러워졌어요. 하나를 생각해도 가지치기하듯이 다른 생각들이 연달아 떠오르게 되고… 오히려 더 어려워진 것 같아요. 무대에서 무언가를 표현하려고 하면, 그에 맞는 타당한 이유가 필요하잖아요. 관객분들에게 어느 정도 들킬 것이냐, 아니면 들킬지 말지 등을 고민하게 되기도 하고. 연결 지어 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해석의 여지가 많은 공연이라 할수록 좁혀지기보다는 더욱더 넓어지는 것 같아요.
'TRACE U'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U란?
이 질문을 첫 연습 날 연출님께 받았었거든요. 그날부터 이렇게 대답했어요. ‘저 자신’이라고. 그 ‘자신’이 우빈이일지 본하일지 모르겠지만 그 누구에게 가더라도 자기 자신일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대사에도, 내용에도 ‘또 다른 나’라는 게 반복적으로 나오기도 하고요. 넓게 봐서 내가 ‘여자’를 만들어냈다면 그 여자가 나일 수도 있는 거고 나오는 모든 것들이 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도원 아저씨마저도. 내가 전부 만들어낸 내면과 허상이고, 그 안에서 놀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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