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비해 말투나 행동이 굉장히 담백하게 느껴져요. 상대적으로 지금의 어린 나이와 맞지 않는 평가도 받고 있는데,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저는 제가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아요. 배우로서 버릴 게 없는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 빨리 나이를 더 먹은 다음에, 그 상태로 멈춰 있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서른 초반쯤 됐을 때, 제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조금 더 극대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직은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 더욱 성숙해질 거라 생각해요. 좀 더 철이 들었으면 좋겠고, 말하는 데 깊이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그런 자신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준 성장 환경이나 배경이 있다면.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랐어요. 중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안 한 적이 없었어요. 집안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용돈을 받으면서도 알바를 계속했어요. 밥값이 엄청나게 나갔거든요. TMI를 말씀드리자면 제가 갈빗집에서 갈비 5인분에, 공깃밥 8개에, 된장찌개 7개까지 먹어봤어요. 코스트코 피자도 한 판도 혼자 다 먹구요. 옷도 좋아해서 많이 사는 편이었고. 그렇게 스스로 돈 벌어서 쓰는 게 좋아서 여러 일을 많이 해봤죠. 또, 예전에 운동을 준비하다가 실패의 쓰라림도 겪어봤고… 이것저것 경험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원래 사람이 생활하는 것에 따라서 얼굴이 많이 변한다고 하잖아요. 지금은 사랑을 많이 받아서 얼굴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훅 삭았죠. (웃음) 또, 집이 되게 자유로운 분위기였어요. 너의 인생은 어차피 네가 개척하는 거니까 큰 사고를 치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대신 제가 뭔가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지원해 주셨어요. 그래서 뮤지컬도 바로 시작하게 됐죠.
그 계기가 된 작품이 뮤지컬 <삼총사>라고 들었어요.
그때는 그런 결정을 내리기가 더 쉬웠던 게 제가 운동을 그만두고 실용음악을 배우는 중이었어요.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노래를 좋아하니까 뭐라도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죠. 배우라는 직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어요. 그러다가 뮤지컬을 보게 됐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결국 이걸 해야겠다 싶어서 바로 엄마께 전화해서 바로 하겠다고 말씀드렸죠. 정말 그다음 날부터 바로 레슨을 받기 시작했어요.
그럼 목표나 좋아하는 게 생기면 바로 그것만 보고 달려가는 타입인가요?
뮤지컬을 선택한 일이 예외였던 것 같아요. 제 인생에서 그렇게까지 꽂혔던 게 처음이었어요. 물론 배우고 싶은 건 많죠. 지금은 여유가 없으니까 그렇게 할 수가 없지만. 예를 들어, 공연하고 있거나 연습 중일 때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해서 떠날 수는 없잖아요. 시간적인 것과 경제적인 여유가 된다면 정말 배우고 싶은 게 많아서 바로바로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때문에 공연을 더 자주 챙겨보게 되나 봐요.
많이 봐요. 궁금한 것들은 꼭 봐요. 아, 최근에도 <젠틀맨스 가이드> 꼭 보고 싶었는데 아직 못 보고 있어요. 제일 최근에 본 건 <마리 퀴리>였던 것 같아요. 이런 창작산실 작품 같은 경우에는 공연으로 트라이아웃을 했으니 본 공연으로 올라올 기회가 있는 작품이잖아요. 그래서 소재가 좋다거나, 캐릭터가 매력이 있으면 일단 보러 가요. 아니면, 조형균 형님처럼 좋아하는 배우가 있으면 팬심으로 보러 가기도 하고, 친한 형들의 작품을 보러 가기도 하고… 그냥 궁금한 공연들은 많이 보러 가는 것 같아요.
들어보니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좋아하죠. 제가 지금 연기를 하는 이 무대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또, 그만큼 음악을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서 앞으로 목표가 하나 생겼어요. 아직 알아보는 중이긴 하지만 유튜브 채널을 하나 만들어서 커버를 계속해서 올리고 싶어요. 가요든 뮤지컬 넘버든, 불러서 올리고 싶어요. 앞으로의 취미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면 공연 이외의 콘텐츠는 주로 어떤 종류에 관심을 쏟고 있나요?
맛있는 거 좋아하고, 사진 찍는 거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고, 운동도 많이 좋아해요. 그런데 요즘 여행은 못 가고 있고, 운동도 축구, 농구처럼 뛰어다니는 것보다는 실내에서 하는 운동들을 주로 하고 있죠. 스크린 야구나 볼링, 당구 같은 것들도 좋아해요. 레저를 많이 안 해봐서 배워보고 싶기도 해요. 아, 영화도 많이 봐요. 가장 최근에 본 건 <범블비> 였고 그전에는 <마약왕> 봤어요. 극장에서 보는 걸 좋아하긴 하는데 집에서도 많이 보죠. 집에서 영화를 다시 보더라도 예전 작품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올드보이>, <파이란>, <인생은 아름다워> 이런 영화들 좋아해요. 대신 저는 드라마를 안 봐요. TV를 아예 안 봐요. 대학교 입학했을 때까지, 마지막으로 본방송으로 챙겨본 게 <공부의 신>이었어요. 제가 드라마 다음 화를 기다리는 걸 잘 못 해서 돈 내고 보더라도 한 번에 쭉 봐야 해요. 게임은 아예 안 해요. 뮤지컬 시작하는 날 바로 끊었어요. 제가 늦게 시작하다 보니까 입시 준비하는 다른 친구들보다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아예 끊었죠.
그렇게 다방면으로 관심을 가지려면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네요. 무대 밖에서도 에너지가 넘쳐나는 것 같아요.
요즘엔 딱히 에너지가 없어요. 공연때문에 힘든 것도 있지만 생각보다는 스스로가 정적인 느낌인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몸으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운동할 때도 내내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연습실에서 ‘어느 소년의 이야기’를 부를 때, 신나야 하는데 제가 가만히 서서 부르다 보니까 남진 선생님 같다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웃음) 그때부터 저를 깨고 뛰는 것부터 시작해서 저만의 스텝과 동작을 만들었죠.
그럼 평상시에 정적으로는 뭘 하고 지내요?
그냥 많이 먹어요. 공연 전에 먹고, 공연 끝나고 먹고… (웃음) 아, 저는 먹으면서 제가 불렀던 노래들이나, 프레스콜 영상들을 보면서 모니터링해요. 제가 나온 영상을 몇백 번씩 보면서 거슬리는 부분이나 노래할 때 뭘 바꿔야 하는지를 찾으려고 해요. 어떻게 보면 제 모습이나 목소리를 사랑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그걸 반복해서 보면서 그중에 불편한 것들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거죠. 제가 노래를 어떻게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 자기 검열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사실 매번 후회할 일 투성인 것 같아요. 제가 했던 것을 돌아보면 하나라도 완벽한 게 없는 거죠. 잠자기 전에 한 번씩 저를 돌아봐요. 오늘 공연을 어떻게 했고, 이걸 어떻게 하면 더 좋았을지 혹은 노래를 들으면서 다른 식으로 부르면 더 좋았을 걸 이런 생각도 해요. 모든 사람이 그렇듯 그렇게 후회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그 실수를 안 하면 그때 발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직 무대에 선지 오래되지 않은 배우로서 지난 2018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인지.
두 순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베어 막공과 트레이스 유 첫공. 베어 막공은 가장 슬펐던 순간이었죠. 제이슨으로서도, 배우로서도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섞여서 더 슬펐던 것 같아요. 트레이스 유 첫공 때는 기쁘고 설레면서도, 동시에 안도도 조금 했어요. 공연이 시작됐구나, 더 잘해야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2019년에 무대에서 이루고 싶은 일은?
고민이 많은 부분이에요. 우선 이번 연도에는 계속해서 일하고 싶어요. 그게 목표에요. 작년엔 쉬어보기도 했고, 너무 좋은 기회를 만나서 좋은 필모그래피 두 개를 쌓아갔으니까 앞으로 더 많이 해보고 싶어요. 이제 앞으로 더 많고 좋은 작품들이 올 테니까 그것들을 뒷받침할 실력을 준비할 수 있는 일 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외에 또 다른 목표가 있다면.
묵직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묵직하면서 진중함과 카리스마가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거기에 지성까지 겸비한다면 더 좋겠죠. 똑똑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영악하다기보다는 영리하게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고, 똑똑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배우가 멋있는 배우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엔 책도 더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고 있을 분들에게.
<트레이스 유>를 하면서 확실히 표현하는 방식과 순간 대처하는 순발력, 센스 같은 부분에서 전보다 무대가 많이 체화되었다고 느꼈어요. 그러다 보니 저 자신도 무대가 많이 편해지고, 재밌어지기도 했구요. 그래서 이제는 좀 더 저만의 것을 만들고, 깊이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을 하려고 해요. 물론 한순간에 만들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작품, 그리고 그다음 작품까지 이어가면서 제가 꿈꾸는 멋있는 배우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예쁘게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적게 일하고 돈 많이 버시고! 늘 모든 일이 다 잘 될 수는 없지만, 순간순간을 잘 이겨 내실 수 있길 바랄게요. 오랫동안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응원하겠습니다. 인터뷰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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