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자신을 만든 가장 큰 터닝 포인트
초연 앵콜로 참여하게 되었던 뮤지컬 <1446>이요. 제가 했던 모든 작품을 사랑하지만, 작품이 올라갈 때 많은 기대를 받고 또 뮤지컬 매니아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공연에 들어간 게 처음이었어요. 정말 진지하게 바라봐주시고, 커튼콜이나 쇼케이스때도 장면 하나하나 남기려고 정성스럽게 사진도 찍어주시고, 이런 걸 처음 겪어봤거든요. 그러다 보니 작품성이 있고 심오한 작품들도 해보는 게 좋구나! 이런 생각을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작품에 너무 유명하신 뮤지컬 선배님들이 많이 계셨고 저를 진짜 많이 도와주셨어요. 유덕이 형이 많이 도와주셨고 경수 형에게도 많이 기댔어요. 제가 무대를 만들어가며 필요하고 궁금한 것에 대해서 많은 분들한테 물어보고 도움받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1446>을 해서 <최후진술>까지 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스스로 생각하는 매력 포인트
어떻게 보면 단점인데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제가 항상 오디션을 보러 갈때나 주변 스탭 분들이 해주시는 말씀이, 제 이미지와 목소리가 안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이미지만 보면 미성일 거 같다고 하는데 제가 탁성이거든요. 그래서 호불호가 갈린다는 얘길 하세요. 이미지에 맞춰서 캐스팅하자니 목소리 톤이 안 맞고 목소리 톤에 맞추면 이미지가 안 맞고 그런 부분들이 있는 거죠. 하지만 이걸 저만의 장점으로 버무려서 개성으로 잘 구축하고 싶어요.
배우 최성욱으로서 요즘의 고민은?
어떻게 해야 배우로서 더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늘 해요. 제가 군 생활을 같이한 친구들이 있어요. 박강현, 서경수, 이상이. 그 친구들이 다 잘됐어요. 지금도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난 뭐 했지? 싶으면서 비교가 되는 마음이 저도 모르게 드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더 다급해지는 마음도 있고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공백기 없이 좋은 작품들을 많이 할 수 있을까 싶어요.
그리고 제가 잘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오디션 볼 때 많이 떨어요, 특히 연기 오디션 때요. 작품을 들어갈 때도 연기가 자연스러워지기까지가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뮤지컬이 노래로 하긴 하지만 저는 연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연기가 바탕이 돼서 거기에 노래를 가미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연기를 잘 해내고 싶어서 고민이 많아요.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거나 위로가 되었던 말을 들려주세요.
앞에서 말했던 제 정신적 지주. 승현이 형이 한 말이죠. ‘걱정하지 마, 넌 잘될 거야.’, ‘넌 앞으로도 계속 잘할 거 같은데 왜 걱정이 많냐.’ 단순한 말이지만 그런 말들이 마음에 참 와닿아요.
무대에 서기 전에 하는 일
겉으론 잘 티가 안 난다고 하는데 정말 속으론 매번 엄청나게 떨어요. 그래서 공연 30분 전부터는 최대한 멍한 상태를 유지해요.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긴장되고 혼란스럽거든요. 그러다 보면 오히려 틀리는 것 같아요. 최대한 생각을 비우고 먹거나 쉬려고 해요.
배우 생활을 한 후에 제일 행복했던 일과 힘든 일이 있다면?
무대에 서는 거 자체를 좋아해서 공연하는 매 순간이 다 행복한 거 같아요. 제가 원래 그룹으로 노래를 해오다가 뮤지컬이라는 분야에 도전하게 됐는데 해보고 나니 오히려 가수보다도 뮤지컬이 더 제 취향에 맞는 것 같아요. 제가 가수로서 무대에 섰을 때 들려오는 응원 소리, 환호도 너무 좋지만 뮤지컬은 반대로 조용하잖아요. 근데 그런 침묵이 답답한 게 아니라 정말 저에게 오롯이 집중해주시고 있는 순간이라는 걸 아니까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공연이 다 끝난 다음에 보내주시는 박수가 정말 좋아요. 계속 무대를 하고 싶어요.
반대로 연기가 가장 힘들었어요. 아무리 연습을 해도 정답이 없더라구요. 주변에선 연기가 많이 늘었다고 얘기해주시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진짜 연기가 늘었나? 난 매일 똑같은 거 같은데 싶어서… 작품을 들어갈 때부터 하나하나 다 신경 쓰여요. 딕션부터 걸음걸이까지 하나하나 고민하게 되고 힘든 것 같아요..
직업상 많은 평가를 마주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이겨내는지
일단 안 좋은 얘기를 굳이 찾아서 보려고 하지 않아요. 최대한 아예 안 봐요. 주변에서 어떻다고 얘길 해준다면 받아들이지만요. 그리고 그런 안 좋은 얘길 들어도 그냥 무조건 실력으로 보여주자 하는 오기가 있어서 열심히 준비하는 것 같아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가수 연습생으로 생활을 하다 보니 끝없이 경쟁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서 늘 속으로 엄청 준비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평가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우선 내가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어요. 제 실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프레디에게 자유 이용권을 받는다면 어떤 소원을 빌고 싶나요?
저는 22살로 돌아가고 싶어요. 20대 초반인데 군대는 갔다 왔을 때의 상태로요. 그래서 그 젊음과 창창한 앞날을 누림과 동시에 지금 제가 느꼈던 경험이나 깨달음도 같이 쥔 상태였으면 하는… 제가 진짜 욕심쟁이예요. (웃음)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이 있다면?
제가 항상 방송을 나가면 파란이라는 가수 타이틀로 나가거든요. 앞으로는 가수 겸 뮤지컬배우라는 타이틀로 나가 보고 싶어요. 하기 싫은 일은… 아무래도 끝없는 자기 관리요. 제가 살을 많이 뺀 이유가 자신감 부족 때문이에요. 제 모습에 대해서 신경이 많이 쓰이니까 집중력도 흐려지고 연기할 때 불편한 거예요. 그래서 계속 운동하고 있고 무대에 섰을 때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막 먹고 싶죠. (웃음) 지금도 밤에 안 먹고 운동하고 있어요.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같이 일해보고 싶은 스탭, 배우가 있나요?
제가 뮤지컬 배우로서 꿈꾸는 최종 목표가 헤드윅이에요. 제가 가수 생활을 할 당시에 조정석 형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어요. 형이 건축학 개론을 찍기도 더 전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알고 지내다가 인생 첫 뮤지컬을 본 게 정석이 형의 <헤드윅>이었죠. 보면서 완전히 한눈에 반했어요. 너무 매력 있고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분장과 무대도 화려하고, 저걸 다 소화하는 것도 대단하고… 정말 멋있었어요. 그래서 그때 정석이 형한테 저 뮤지컬 하고 싶다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그러다 보니 제 목표로 삼고 있는 뮤지컬이에요.
다른 목표가 있다면 <최후진술>이외에 이희준 작가님, 박정아 작곡가님과 또 같이 작업하고 싶어요. 정말 두 분이 만들어내는 작품도 너무 좋고요. 제가 좀 완벽주의자 같은 기질이 있어서 틀리는 걸 싫어하는데 융통성도 조금 없어서 공연마다 달라지는 것도 싫어하고 로봇 같은 면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고요. 두 분의 작품을 하다 보면 제 틀을 깨고 약간은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배우로서 한 층 성장할 소중한 기회가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이 작품 하고 싶은 배우라면 제가 또 김경수 형의 개인적인 팬이에요. 앞에 말씀드린 <1446>에서 처음 뵙게 됐는데 무대에서 정말 너무 멋있어요. 같은 남자가 봐도 포스나 카리스마가 엄청나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에 형이 하신 뮤지컬<인터뷰>도 혼자 보러 갔었고요. 형이 노래하는 스타일이나 연기하는 것도 너무 좋아해요. 진짜 팬이에요. 다음에 또 같이 작품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10년 뒤 스스로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꼭 대극장을 추구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요. 제가 아직까지 라이센스 공연을 한 번도 안 해봤어요. 그런데 10년이 지난 후쯤이면 라이센스 극 경험도 있고 다양한 극들을 해냈지 않았을까. 이런 기대가 있어요.
최성욱에게 무대란?
제가 공백기를 가지는 동안 느낀 건데, 좀이 쑤셔서 못 살겠더라고요. 무대에 서고 싶어서 미칠 거 같았어요. 유튜브로라도 뮤지컬 공연들 찾아보고 있더라고요. 거기에 너무 서고 싶었고 아무도 나를 불러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었고요. 다행히 장인 대표님께서 <최후진술>로 다시 불러주셔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무대에서 평생 사는 것이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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