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는 뭐에요?
어릴 때부터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깊은 편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그 인물들이 그 뒤에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하고, 그 뒷이야기를 자주 상상하곤 했어요. 그러다 그걸 표현하는 사람들이 ‘배우’라는 걸 알게 됐죠. 어쩌면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또 생각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서 그 인물들을 사랑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신기했어요. 그렇게 배우라는 일에 관심이 생기고, 이 존재가 사랑스럽다고 느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를 꿈꾸게 된 것 같아요.
인생에서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요?
가정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긍정적인 편인 것 같아요.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자랐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사랑받는 걸 참 좋아했어요. 한때는, 어릴 때 사랑을 못 받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더 받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또, 나로 인해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걸 좋아해서 분쟁을 만들거나 나 때문에 누군가가 불편해하는 걸 못 견디는 성격인데 이것도 가족의 영향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롤모델이나 연기의 레퍼런스로 자주 삼는 요소가 있다면?
롤모델은 좀 어려워요. 워낙 좋아하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 딱 그만큼 되고 싶다고 얘기하는 건 좀 재미없는 것 같거든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후에 영화를 최대한 많이 봐요. 제가 맡은 역할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작품들을 보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발견하기도 해요.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가 봐요.
많이 보려고 해요. 집에서 옛날에 못 봤던 영화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아해요. 최근에 인상 깊게 봤던 영화는 <걸어도 걸어도> 라는 일본 영화인데, 잔잔하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더라구요. 보고 나서 굉장히 여운이 길었어요. 아, <스탠 바이 미>도 굉장히 강렬한 느낌을 줬던 작품이에요.
올해 들어서 스스로가 달라졌다고 느낀 때는요?
제 원래 성격은 사실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에너지를 너무 쏟아내서 그런지 성격이 조금 차분해졌어요. 집에 있을 때는 화분보다 안 움직이는 것 같아요. 그게 제가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충전의 방법인 것 같아요. 원래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도 좋아했는데 이제는 조금만 있으면 힘들어져서 차분한 것들을 찾게 됐어요. 사람들이 많이 안 다니는 곳, 고요한 곳,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좋아요. 그런 시간이 저한테 꼭 필요하더라구요. 즐겁게 회식 자리에 가서 떠들게 놀다가도 한 5~10분 가만히 있는 시간이 필요해서 나갔다가 오거나 화장실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와요. 잠시 쉬고 들어가면 괜찮아져요. (웃음) 제 삶에는 중간중간 그런 여백이 필요한 것 같아요.
지금 하는 공연 외에 최근에 가장 빠져있는 게 뭐에요?
최근에는 여행을 너무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계획을 계속 세웠는데 바빠져서 못 갔거든요. 못 가게 됐는데도 블로그 후기나 다른 사람들의 계획을 찾아보면서 대리 만족을 했죠. 그 가까운 일본도 한 번 못 가봤어요. 그중에서도 후쿠오카 꼭 가고 싶었거든요. 온천도 즐기고 싶었는데… 그리스 산토리니도 가고 싶어서 찾아봤어요. 아무래도 휴양을 다녀오고 싶나 봐요. 언젠가 꼭 가보고 싶어요.
그럼 여행은 혼자 다니는 편이에요?
국내 여행은 혼자서도 가끔 다녀오기도 해요. 아무래도 친구들이랑은 이제 시간 맞추기가 힘들다 보니까… 아직 해외는 혼자 못 갈 것 같아요. 국제 미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은 보호자가 필요해요. (웃음) 일본도 시간 맞는 친구가 있어서 같이 가려고 했는데 제가 파투를 낸 거죠.
촬영 현장에 브로치까지 직접 준비해오고, 평소에도 입는 옷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 것 같은데 패션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작품을 하고 있는 기간에 맡고 있는 캐릭터와 성격이 비슷하게 변하듯이, 평소 옷 입는 스타일도 작품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생각보다 입고 있는 복장의 느낌이 그 날 하루의 기분이나 상태에 많은 영향을 미치거든요. 그래서 공연이 있는 날은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부터 그 캐릭터로 옷을 갈아입는 기분으로 스타일링 하는 것 같아요.
하루 중 무슨 일을 할 때 시간이 제일 빨리 간다고 느껴요?
자기 전에 내일 계획 정리하고, 하루를 정리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일과 끝나고 자기 전에 무언가를 하는 게 좋아요. 일기를 쓸 때도 있고… 다음날 일정 때문에 빨리 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책상 앞에 앉으면 시간이 참 빨리 가요. 아무래도 집에 있을 때 시간이 가장 빨리 가는 것 같아요. 다들 그렇지 않나요? (웃음)
그럼 매일 일기를 쓰는 건가요?
매일은 아니지만 쓰고 있어요.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감회가 새롭더라구요. 우리는 순간순간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쉽게 잊어버리고 놓치게 되잖아요. 저는 내가 기뻤던 것, 힘들거나 슬펐던 모든 것들도 나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하는데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너무 생각 없이 날려버리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저를 돌아보면서 한 번씩 써보는 게 좋아요. 아, 요즘엔 자문자답 노트도 쓰고 있어요. 선물을 받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는데, 첫 질문이 ‘당신은 지금 안녕한가요?’ 였어요. 그래서 첫날,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답을 못 적었어요. 다른 사람의 인생을 표현하고 있으면서도 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못 내리겠더라구요.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이고,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달았죠. 내가 맡은 캐릭터에 관해 설명해보라고 하면 술술 말할 수 있는데, 저에 대해서는 ‘쉴 때 뭐 하세요?’와 같은 간단한 질문에도 답을 내리기가 어려운 거 있죠. 내가 어떤 상태인지 전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게 되었어요. 한 번 써보시는 걸 추천해요. (웃음)
지난 2018년 중 가장 많이 울었던 날, 웃었던 날이 기억나시나요?
작품을 보고는 잘 우는데, 평소에는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어릴 때는 많이 울었어요. 중학생 때까지는 감정의 수도꼭지가 고장 났나 싶을 정도로 별거 아닌 일에 잘 울었지만, 요즘에는 울 만한 일에도 잘 안 울어요. 그런데 올해 생각나는 일이 하나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 경기도 양평 중에서도 굉장히 시골에서 살았거든요. 거기에 저의 모든 유년 시절을 거의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집이 있었어요. 넓은 마당에 아빠가 만들어두신 장미 덩굴로 된 대문, 개 집, 엄마가 묻어두신 장독대, 커다란 목련나무, 그리고 형이랑 저랑 키우라고 심어주신 사과 나무. 추억이 굉장히 많은 곳이었죠. 서울로 나와서 살게 되면서 그곳을 거의 잊고 살다가 오랜만에 양평을 지나갈 일이 있어서 그곳을 들리게 됐어요. 그런데 갔더니 터 밖에 안 남았더라구요. 담벼락도 다 무너져있고, 장미 넝쿨 대문도 녹슬어서 무너져있고, 목련나무도 베어버렸고... 기분이 이상하긴 했지만 볼 때는 생각보다 덤덤했는데, 서울로 돌아가던 길에 울컥해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가지 말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추억이 망가져 있는 게 너무 슬펐어요.
가장 많이 웃었던 건 저희 고양이 덕분이었죠. 제가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우는데 나이가 일 년 터울이에요. 첫째 고양이가 원래 저랑 되게 친했는데, 둘째 고양이를 데리고 왔을 때부터 저를 데면데면 대하기 시작했어요. 둘째가 온 뒤로 가까이 오지도 않고 만지려고 하면 멀리 가버리고… 어느 날 제가 집에서 쉬고 있는데 첫째가 침대에 누워있는 저에게 다가와서 주위를 빙빙 돌더니 팔에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그래서 너무 감동해서 그렇게 30분을 있었어요. (웃음) 그때, 너무 고마웠어요. 그 뒤로 마음을 열었는지 다시 잘 지내고 있어요. 그때, 주위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자랑할 정도로 너무 행복했어요.
개인 앨범 활동도 하던데, 무대 위에서 말고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것으로 보여요.
네, 음반 작업을 틈틈이 하고 있어요. 지금은 저도 많이 서툴기 때문에 써 주시는 곡에 가사를 조금 보태 참여하는 정도의 수준이지만 나중에는 곡을 직접 쓰고 싶어요. 제 생각을 가사에 담아서 곡을 써서 소극장에서 공연 하게 되었을 때, 제 노래를 들으러 관객분들이 와 주셨으면 참 좋겠다는 욕심이 있어요.
2019년 계획과 2018년 배우 ‘강찬’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우선은 여행을 꼭 갈 거예요. (웃음) 그리고 사실 작품을 계속 해나간다는 건 굉장한 기회와 운이 많이 따라야 하는 일이라 생각해요. 2018년은 감사하게도 다양한 모습으로 인사를 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제가 잘했는지 못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보신 분들의 몫이긴 하지만, 저 스스로는 굉장히 성실하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해온 것 같아요. 스스로 좀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고, 2019년에도 더 성장한 모습으로 많이 인사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앨범 작업도 더 활발하게 하고!
‘이런 배우가 되고 싶다?’
마음이 늙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갈수록 외모는 나이가 들겠지만, 계속 소년같은 마음을 갖고 싶어요. 상처도 잘 받고, 감동도 잘 받는 그런 순수한 마음이요. 무대 위에서 우리는 극중인물의 아픔과 상처를 먼저 공감하고 그걸 관객분들께 전달하는 일을 하잖아요. 모든 게 대수롭지 않게 느껴진다면, 우리는 무대위에서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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