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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원의 온도 ②

최종 수정일: 2019년 10월 2일



<록키호러쇼>에서의 자넷과 브레드처럼, 양지원에게도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끌리는 길티플레저가 있다면?

제가 원래 잠을 엄청 일찍 자요. 자기 전에는 핸드폰도 잘 안 했는데, 요즘엔 유튜브 보는 게 그렇게 재밌더라구요. 밤에 누워서 거의 한 두 시간을 봐요. 보통 축구 영상이나 게임 실황 같은 걸 주로 봐요. 보면서 혼자 엄청 웃다가 핸드폰도 안 내려놓고 깜빡 잠들죠. 이게 참 안 좋은 습관이라던데… 늦게까지 보면 다음날 엄청 피곤하잖아요. 다음날 중요한 일이 있어서 일찍 자야 하는데 이걸 안 보면 허전하더라구요.


축구나 게임을 좋아하나 봐요?

축구는 제가 직접 하는 것도 엄청 좋아해요. 초등학교 땐 축구가 너무 좋아서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죠. 그래서 선수 하겠다고 브라질로 유학 보내 달라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기도 했어요. 그리고 제가 메시 팬이라서 어떻게 하면 메시의 기술을 따라 할 수 있는지 분석하는 강좌 같은 것도 찾아봐요. 누운 채로 발을 움직여 보는 거죠. (웃음) 게임은 전혀 안 해요. 하진 않지만 유튜버들이 말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실황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많은 공을 들이시는 것 같은데, 매 작품의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일단 대본을 많이 읽어요. 계속 쭉 읽어 보면서 이 사람이 대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봐요. 그리고 편견을 안 가지려고 하죠. 사실 캐릭터마다 누가 보더라도 이렇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뻔한 느낌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제 안에 깔려 있는 편견이나 해석을 배제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대본을 여러 번 읽어보면서 이 상황에서 왜 이런 말을 했을까 하는 고민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무대 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제가 <B클래스> 초연 막공 때 너무 울어서 노래를 못 한 적이 있어요. 작품 내 캐릭터를 그렇게 사랑했던 게 처음이었거든요. 애정도 정말 많이 쏟았고, 스스로도 고생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노력한 작품이었죠. 그래서 막공 때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던 과정과 상황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서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소중한 시간 내어주시고 표를 구매하신 관객분들에게 최상의 공연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막공으로 처음 보시는 분들은 많이 당황스러우셨을 것 같아 너무 죄송스러웠어요. 반성도 많이 했고요. 하지만 연기에 대해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있던 그때의 마음을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기억에 남아요. 비슷한 시기에 <마르틴 루터>라는 작품도 했는데 그 생각도 많이 나요. 이 작품은 제가 너무 하고 싶은 장르의 작품이었고, 이때 작품을 쭉 끌어가는 메인 캐릭터를 처음 맡게 됐거든요.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전부 찾아보면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저에게는 그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죠. 배우라는 직업은 그런 순수함과 열정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의 기억은?

처음 무대에 올랐던 건 <가스펠>이라는 워크샵 공연이었고, 첫 상업 뮤지컬은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작품이었어요. 첫 연기 도전이었는데, 주인공을 맡게 되다 보니까 부담감이 컸죠. 다 같이 회식을 하러 가는데도 혼자 연습실에 남아서 연습을 할 정도로 부담을 크게 느꼈어요. 제가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다들 잘 해주셨는데도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어려웠어요. 그땐 정신없이 무대에 올랐던 것 같아요. 그때, 무대의 매력을 느꼈어요. 제가 그 전에 가수를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실패를 겪다 보니까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무대 위에서 노래할 때 많이 떨었거든요. 그걸 극복하지 못해서 결국 가수도 포기하려고 했는데 무대 제안을 받게 됐죠. 몇 번 거절을 하다가 결국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서게 됐는데, 하나도 안 떨리더라구요.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고, 오랜 시간 잘 준비해왔다는 믿음이 있어서 그런지 그냥 재밌게 할 수 있었어요. 그때 이 직업이 나랑 잘 맞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스스로가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장점은?

실용음악을 준비했어서 그런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잘 이해하는 편인 것 같아요. 뮤지컬에는 재즈, 클래식, 발라드, R&B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나오잖아요. 전 여러 장르를 많이 접해봤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잘 소화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성악 발성도 따로 공부했거든요. 작품에서 그런 발성을 사용하면 성악과 나왔냐는 질문을 받기도 해요. 그리고 연기에 있어서 편견을 갖지 않는 편이에요. 솔직하게 연기를 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날것의 느낌이 드는 연기를 한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데, 이것도 하나의 장점이지 않을까 싶어요.




밝은 성격과 더불어 극 중 애드립도 그렇고 말장난 개그를 유독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록키호러쇼>에서 하는 말장난들은 의도적으로 넣은 거예요. 브래드가 솔로 넘버를 부를 때, 빵을 치워주는 팬텀들이 브래드에게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잖아요. 그 눈빛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청년 개그’를 넣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죠. (아, 저는 제가 청년 나이이기 때문에 아재개그라고 안 해요.) 그래서 썰렁한 개그를 하는 것일 뿐, 사실 저는 객석을 웃기려면 얼마든지 웃길 수 있어요. 제 개그 실력이라면 충분하죠. (웃음) 얼마든지 웃길 수 있지만 극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썰렁한 개그를 해서 야유를 받는 걸 컨셉으로 잡은 거예요.


평소에도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

그건 오해예요! 저는 웃음이 터지는 시기를 조절할 수 있어요. 바로 빵 터지게 하느냐,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실 때 빵 터지게 하느냐, 자려고 누웠을 때 빵 터지게 하느냐를 제 맘대로 할 수 있거든요. 제가 언어유희를 좋아해요. 제가 가사도 쓰다 보니까 언어와 관련된 센스, 감각이 제 안에 기본적으로 탑재된 것 같아요. 어떤 말을 하더라도 저절로 단어들이 생각이 많이 나요. 즉흥에 자신 있습니다! (웃음)


아무래도 밝고 다정한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외롭고 우울한 감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항상 밝은 사람은 없듯이 다른 면의 양지원도 궁금해지는데?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정반대되는 모습들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밝은 것도 제 성격이죠. 친한 사람들과는 인생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누고, 고민도 많이 들어주는 편이에요. 제가 무표정하게 있으면 차가워 보인다는 말도 꽤 많이 듣는데 그것 때문에 강박이 좀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사람들에게 밝게 보여야 하고,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이 좀 들어요. 그렇다 보니 평소에 가벼워 보인다는 오해도 받는데, 사실은 진중한 부분이 더 많아요.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슬펐던 순간

제가 군대에 있을 때, 갑상선 항진증에 걸려서 입원 생활을 오래 했어요. 잘 되고 싶은 욕심이 너무 크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 열등감과 자격지심에 똘똘 뭉쳐 있던 시기였는데, 이런 마음이 병에도 영향을 끼쳤던 것 같기도 해요. 그때가 가장 슬펐던 시기였고, 가장 기뻤던 때는 여기서 해방되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저 자신을 채찍질하며 자책했거든요. 제 삶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이런 고민과 문제들이 사라지면서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사랑하게 된 거죠.


매일매일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 있는지.

말씀 읽고 기도하는 거. 공연이 있든 없든 목 푸는 거. 그리고 멍 때리는 시간도 많아요. 전 공연이 끝나고 집에 와서도 멍 때려요. 아무래도 뇌가 로딩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아요. 아, 영양제도 잘 챙겨 먹고 있어요. 비타민, 오메가3, 단백질까지 다 먹고 있습니다. 제가 크게 아팠던 경험이 있고 그것 때문에 성대가 좋지는 않아서 몸 관리, 목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편이에요.


집에서 쉬는 걸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보통 집에서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

가만히 있어요. 침대나 쇼파에 누워서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해요. 몸을 안 움직이고 책을 본다든가, 요즘 꽂혀있는 유튜브를 본다든가...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아요. 정말 가만히 있습니다. 그러고 있으면 가마니가 된 것 같아요. (웃음) 그리고 수다 떠는 걸 좋아해서, 친한 배우랑 전화도 많이 해요. 그날 하루에 대한 얘기나 공연에 대한 얘기를 주로 하죠. 제 장점일 수도 있는데 저랑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더라구요. 말을 편하게 들어주는 상대라고 생각을 하는지 되게 의외의 사람에게 전화가 오기도 해요.


쉬는 날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요즘은 해외여행이 가고 싶어요. 제가 20대 초반에 데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한동안 게임에 꽂혀서 게임 폐인으로 지냈거든요. PC방을 참 많이 다녔는데 그때 돈을 모아서 어디라도 좀 다녔으면 아깝다는 생각까지는 안 들었을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시간도 돈도 아까워요. 집에 있는 걸 가장 좋아하긴 하지만 굳이 무언가를 한다면 해외를 좀 다녀보고 싶어요. 이집트나 로마에 가서 피라미드나 콜로세움 같은 유적지, 관광지를 많이 보고 싶어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아요.


가장 많이 즐겨 듣는 노래와 즐겨 부르는 노래를 한 곡씩 꼽아본다면.

저는 찬양을 많이 들어요. 제이어스의 ‘내 모습 이대로’랑 ‘꽃들도’를 즐겨 듣죠. 그리고 요즘 버스킹을 준비 중이라 그때 부를 찬양을 주로 부르면서 연습하고 있어요.


최근의 관심사가 있다면?

축구요. 야구도 원래 좋아했어요. 고등학교도 야구부가 있는 학교를 나와서 그 당시에는 프로 야구도 많이 봤는데 제가 안 하다 보니까 흥미가 떨어졌죠. 전 경기를 보는 것보다 하는 걸 더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축구는 워낙 좋아해서 그런지 작품을 연달아 하면서 축구를 2년 넘게 못 했는데도 그냥 계속 보게 돼요. 그동안 정말 바빴고, 또 새벽에 축구를 하고 다음 날 공연을 하면 컨디션에 영향이 너무 많이 가더라구요. 그래서 축구를 끊었는데 이러다 보면 평생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근에 조금씩 다시 하고 있어요. 물론 주말에 공연이 없다든지, 그 날 컨디션이 좋다든지 상황에 따라서요. 어떻게 하면 메시처럼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유튜브에서 메시 드리블을 찾아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일명 알까기라고 해서 수비수 다리 사이로 공을 넣어서 제치는데 그게 정말 어렵거든요. 메시만의 비법이 있다고 해서 그걸 연구중이에요.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있다면?

원래는 공연이 끝나고 집에서 샤워를 했는데, <록키호러쇼>에서는 워낙 땀을 많이 흘리다 보니까 이번에 처음으로 공연장에서 샤워를 하고 나왔거든요. 그 느낌이 너무 좋더라구요. 사실 공연 끝나고 집에 가면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고 싶어서 씻기가 힘들잖아요. 그런데 씻고 나와서 팬분들을 만나니까 더 상쾌하고, 집에 가서 간단하게 다시 씻기만 하면 바로 잘 수 있어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요즘은 그 시간이 정말 좋아요.



많은 관객의 사랑 속에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이 사랑들을 당연하게 느끼지 않는 비결.

저는 작품마다 받는 사랑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렇게 보내주시는 마음 자체가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를 응원해주시면서 힘을 얻으실 수 있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하죠. 반대로 팬분들 덕에 제가 힘을 얻는다는 사실도 너무 감사하구요. 매 순간에 감사하다고 느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의 숫자가 아니라 그 마음이 가장 중요한 거죠. 단 한 분이라도 저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진짜로 사랑해주는 마음이 느껴질 때 그게 가장 큰 힘이 돼요. 사실 처음으로 관심을 많이 받게 됐을 때, 팬분들을 보면서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떻게 이렇게 조건 없는 사랑을 주실 수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 더 깊이 생각해보니 서로에게 참 감사한 관계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응원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는 것도 대단하고, 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대단한 것 같아요.


관객들(혹은 팬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는?

사실 듣고 싶은 얘기 혹은 생각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끼실까봐 조심스러운데 ‘이 작품을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는 말이 듣고 싶어요. 무엇을 깨닫는지는 부차적인 이야기인 것 같고, 작품을 보고 관객분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물론 다른 말들도 전부 다 좋지만, 자신 혹은 인생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고 말씀해주시는 게 정말 좋더라구요.


다른 인터뷰에서 관객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력인지.

저는 관객분들이 공연을 보고 뭔가 하나는 얻어 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중 제가 좀 더 얻어 가셨으면 싶은 건 ‘따뜻함’이에요. 세상을 사는 게 참 각박하잖아요. 단단하게 굳은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따뜻함도 있고 위로가 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죠. 그런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작품만 좋은 작품이라는 건 아니지만 그런 작품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1년의 반이 지난 시점에서 19년을 돌이켜보고, 목표해본다면?

올해도 어느새 반이 지났네요. 사실 나이가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정말 빨리 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래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이 왔네’라고 느꼈다면 요즘에는 ‘반이 온 줄도 몰랐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여러 작품을 하면서 느끼는 게 있어요. ‘배우’니까 여러 가지 인생을 살고 있는데도, 워낙 일적으로 바쁘다 보니 정작 양지원이란 사람은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것 같더라구요. 제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죠. 그래서 여유를 좀 찾는 게 올해의 첫번째 목표예요. 너무 나만 생각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돌아보며 살고 싶어요. 지나치게 바쁘다 보면 다른 사람을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거든요. 작품을 많이 하면서 배우로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 ‘양지원’의 인생도 중요하니까 스스로 여유를 가지면서 저와 주변을 잘 돌아보면서 살고 싶어요. 그리고 그럴 때 연기적으로도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연말에 이런 여유를 좀 가지고 싶어요. 올해 남은 기간은 그렇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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