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 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를 여쭤봐도 될까요?
사실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일본 작품 자체를 좋아해요. 아,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이 뮤지컬로 나오면 좋겠는데... (웃음) 연락을 먼저 받았어요. 원작을 보지는 않은 상태였는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일본 작품이라는 건 알고 있었고,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출연을 확정한 뒤에 동일한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먼저 보게 되었는데, 그 작품이 주는 정적인 여유로움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작품에 대해 더욱 확신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찰리찰리>에 이어서 또 한 번 초연인 작품을 맡게 되셨네요.
라이센스는 아직 연이 안 닿은 것 같아요. 들어오면 잘할 수 있는데. (웃음) 창작 작품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까, 그동안 창작 작품들을 많이 했었어요. 창작 작품에는 한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배우와 스탭들이 느끼는 성취감이 있는 것 같아요. 작품과 관련된 하나하나의 작은 순간들, 또 함께 만든 무대에 올라가는 그 순간이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지는데 그것이 창작의 묘미가 아닌가 싶어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이어 책을 원작으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라는 원작 소설을 원래 좋아하셨나요?
원작인 책이 워낙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책은 두꺼워서 아직 읽지는 못했는데 작품을 하기로 결정한 뒤에 영화를 먼저 봤어요. 집에서 편하게 봤는데, 다른 생각 없이 또, 영화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고, 책 줄거리를 찾아서 읽어보기도 했어요. 아, 곧 책도 읽어야죠. (웃음)
첫 연극이었던 <밑바닥에서>를 준비하실 때, 대본 분석, 고전 읽기, 레포트 작성 등 다양한 방법으로 원작에 대해 깊게 분석하셨다고 들었어요.
당시 모든 배우에게 주어진 숙제였어요. 작품에 대한 시대적 배경, 인물 소개, 내가 그 인물을 어떻게 연기 해야 할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서 오라는 것이 숙제였는데 정말 알찬 시간이었어요.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이 맡은 인물 이름의 뜻, 인물 간의 관계 등에 대하여 준비해온 것들을 발표했는데 그걸 들으면서 작품에 좀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었어요. 처음으로 참여하게 된 연극인 데다가, 고전 작품이라 많이 어려웠는데 이런 과정들이 준비에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연출님께서 각 인물에 관련된 레퍼런스를 찾아오라는 숙제를 내주셨어요. 각 인물과 관련해서 떠오르는 특정 드라마의 장면, 소품, 인물 등 이미지를 찾아오는 것이 숙제였어요. 제가 맡은 세리는 겉으로 어두워 보이긴 하지만 속은 여린 인물이거든요. 또,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이지만 혼자 있을 때는 자기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하고 외로운 캐릭터예요. 이런 캐릭터와 관련된 이미지를 찾으면서 맡은 역할을 파고들고 있어요.
연습실 분위기는 어떤가요?
최고예요. 정말 좋아요. 집중할 땐 모두가 집중하고, 인원이 많은데도 누구 하나 소극적인 자세로 나오지 않고 각자 자기만의 색을 드러내려고 하면서 모두 열심히 노력하는 분위기예요. 작품 작업을 많이 해봤던 배우들은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먼저 다가오기도 하구요. 최근엔 마피아 게임을 했는데, 이 게임을 하면 그 사람의 성격이 보여요. (웃음)
배우들끼리 마피아 게임을 하면 거짓말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 같은데...
네, 최근에는 제가 마지막 판까지 함께 살아남은 원종환 배우에게 깜빡 속아서 졌어요. 원종환 배우, 한세라 배우가 정말 잘해요. 포커페이스 유지도 잘하고, 자연스럽게 잘하는 것 같아요. (웃음) 홍우진 배우나 강기둥 배우도 연습실 분위기를 띄우는 데 큰 역할을 해요. 또, 여자배우들끼리도 이미 많이 친해져서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연습이 시작할 때에는 좀 친해지려고 MT를 다녀올까 했는데, 이젠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MT는 안 다녀와도 충분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예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이야기는 여러 인물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죠. 고민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 고민을 둘러싼 인물들, 고민을 들어주는 인물들. 수많은 등장인물 중에 가장 욕심이 났던 배역이 있나요?
아직은 제 역할을 준비하기도 바빠서… (웃음) 제가 맡은 세리와 하루미 라는 캐릭터가 깊게 고민 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제 역할이 가장 탐이 나요. 준비하다 보니까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물론 다른 캐릭터들도 그렇지만, 세리와 하루미 모두 색이 분명하거든요. 또, 캐릭터 자체가 연령대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 큰 어려움이 있기도 하구요. 그래서 그런지 다른 역할들도 좋아 보이긴 하지만, 일단은 제 역할을 잘 해내고 싶어요.
두 명의 인물을 연기하게 되었는데, 본인의 성격과 더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인물은?
저랑은 하루미가 더 비슷한 것 같아요. 하루미는 당차고, 또 정의를 구현하는 데 앞장을 선다는 느낌을 주는 캐릭터예요. 자기를 보살펴주신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서 어떠한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생활력 강한 여자아이인데, 지치지 않고 끈기 있게 도전하는 모습이 저와 닮은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까 세리랑 닮은 점도 있어요. 노래를 좋아하고,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이요. (웃음)
<나미야 잡화점>은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고민에 대한 이야기인데, 혹시 배우님은 주위 사람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시는 편인가요?
고민을 많이 털어놓기도 하고 많이 들어주기도 해요. 그런데 전 고민을 들어주는 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최근에는 친구의 고민을 듣게 됐는데, 듣다 보니까 고민이 있는 친구들은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신의 마음속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속에 담고 있는 얘기를 털어놓고, 울고 나면 속이 좀 시원해지듯이 고민이 있을 땐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배우님의 최근 고민이 있다면?
고민 많죠. 머리를 자르고 싶은데.. 팬분들이 말리셔서. (웃음) 아, 뮤지컬 많이 하고 싶어요.
저번 인터뷰에서 목이 안 좋으시다는 얘길 봤는데, 괜찮으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찰리찰리> 때 목이 안 좋은 줄 알고 오래 쉬어야 하나 했었는데 잠깐 쉬니까 나았어요. 또, <아이 러브 유>가 소리지르는 장면이 많고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많이 필요한 극이에요. 옷 갈아입는 것도 그렇고 캐릭터의 연령대 표현이 다양해서 힘들었는데, 작품이 끝나고 푹 쉬니까 다시 괜찮아졌어요. (웃음) 이게 생각하기 나름인지 작품을 행복하게 보내고 좀 쉬니까 금방 낫더라구요.
남들에게 편지로 고민을 털어놓는 하루미와는 다르게 배우님만의 평소 고민 해결 법은?
고민이 있을 때, 영화나 쇼핑, 책을 읽는 편은 아니에요. 그건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 하는 편이고 전 대부분 움직여요.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최근에는 산도 다녀왔어요. 제가 힘들 때 들으면 좋은 말로 ‘내 무의식을 믿고 나 자신에게 시간을 주세요’라는 말을 꼽거든요.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면, 혹은 산을 오르다 보면 생각이 정리가 되는 것 같아요. 공원 한 바퀴를 돈다든가, 움직이는 거로 에너지를 표출하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극 중 등장하는 인물과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많다보니 이것을 하나의 무대로 구현하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연기하는 것 역시 힘들었을 것 같아요.
사실 에피소드가 많다 보니 많이 고민했어요. 어떻게 이어붙여야 괜찮을 방향일지 고민하다 지금은 방향을 정해서 정리가 어느 정도 되었는데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은 정도의 중간 지점을 찾은 것 같아요.
그렇다면 관객들이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나미야 잡화점>을 감상할 때 중점을 둬야할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지.
우선 도둑들의 잔망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연습실에서도 너무 귀엽거든요. (웃음) 아, 무대 장치도 주목해주세요. 예를 들면, 사람이 없는 가게 외부에서 편지가 들어오는 장면이 어떻게 펼쳐지는 지라든가. (웃음) 그리고 나미야 할아버지와 그의 첫사랑 아키코의 애틋하고 아련한 사랑도 함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최후의 시간에 최초의 사랑이 다시 나타났을 때의 모습이 참 인상 깊었어요. 또, 인물들 간의 시간의 흐름에 따른 다양한 나이대 연기, 그리고 고민이 해결되면서 각 인물이 성장하는 모습, 또 세리의 음악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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