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극을 하게 된 계기를 여쭤봐도 될까요?
이승현: 저는 김운기 연출님이 하자고 전화를 하셔서 했고요.
양지원: 아, 전 규원이 형이 하자고 해서 오디션을 봤습니다…근데 이런 식으로 말해도 되나요?(웃음)
이승현: (웃음) 예전에 미아 파밀리아, 미오 프라텔로를 했었는데 그때처럼 재미있게 다시 해보고 싶었고요. 또 박정아 작곡가님이 오셨다는 말을 들어서 이분과 꼭 한 번 작업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리고 물론 이희준 작가님, 김운기 연출님 모두 다 함께 하고 싶어서 하게 됐습니다.
박규원: 수상소감 말하는 줄 알았어. (웃음)
이승현: 아무튼 이 팀과 재미있게 창작을 해보고 싶었어요. 감사하게도 제의를 해주셨고, 즐거운 창작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박규원: 사실 저희 네 명, 한 분이 오늘 빠지셨지만 저희는 다들 운기 선생님이 하자고 하셔서 같이 하게 된 거예요. 전 기억나는 건 하나 있어요. "규원아, 음, 네가, 타락천사 같은, 작품은 끝났지만 많이 기억해주시는 작품을 하나 정도는 같이 해봤으면 좋겠다." 라고 하시면서 작품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스태프는 누가 오는지도 말씀해주시고. 그래서 저는 타락천사와 같은, 지나갔지만 기억에 남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말이 너무 좋아서 하게 된 것 같아요.
양지원: 전 마르틴 루터라고 이전 작품을 규원 형이랑 같이 했어요. 형이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해주셨고, 전 이쪽과 한 번도 작업한 적은 없었지만 만나뵙게 됐죠. 그리고 감사하게도 저를 받아주셔서 하게 된 거죠.
박규원: 저는 그냥 소개만 해준 거예요. (웃음) 이 친구랑 같이 작품을 하면서 느낀 게, 왠지 운기 선생님이랑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작품에 대해선 조금 더 전에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 번 소개라도 해볼까 라는 마음으로 데리고 갔던 거죠. 그래서 오디션 본 후에 이 친구가 뽑힌 거예요.
양지원 배우님은 여러 역할을 한번에 소화하는 건 처음이실 텐데, 부담스럽지 않으셨나요?
양지원: 사실 멀티도 처음이고 이인극도 처음이에요.
이승현: 이렇게 노래를 많이 하는 것도 처음이고?
양지원: 그렇죠! 진짜 많아요. 그래서 사실 부담도 많이 느끼고 두려움도 있지만 잘 해냈을 때 많이 성장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봐주시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있어요. 어쨌든 믿고 뽑아주신 게 감사해서라도 열심히, 잘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맡으신 역할 소개 부탁드릴게요.
박규원: 네, 저는 갈릴레오 갈릴레이 역의 박규원이고요.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이탈리아의 과학자죠. 그리고 지구가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종교재판에서 이단죄로 처형당할 위기에 처했던 인물입니다. 사형을 당할 게 두려워서 지구가 돈다는 말을 철회하고 재판장을 떠나며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말한, 뒤끝이 있었던 사람이죠.
이승현: 갈릴레오 역을 맡은 이승현입니다. 갈릴레오는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물리학자, 수학자……
양지원: (웃음)
이승현: 진지하게 들으세요.
혹시 성격이나 캐릭터에 대한 묘사를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박규원: 음, 제가 생각하는 갈렐리오 갈릴레이는 기본적으로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에요. 왜냐하면, 똑똑하기 때문에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 고집피우지 않고 머리를 써서 "이렇게 하면 살 수 있겠다" 라고 생각해서 사는 길을 택했던 그런 사람이죠. 어쩌면 이런 면 때문에 갈릴레오가 유연한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저희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도 그렇고 결국 갈릴레오가 하고 싶었던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가지였을 거예요. 그때 당장 몇 마디 말로 상황을 회피한다고 해서 갈릴레오가 생각을 유연하게 바꾸는 사람인 건 아니니까요. 즉 갈릴레오는 분명한 신념을 가졌고 그 신념의 길을 가고 있어요. 이 인물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철학자고, 최후진술이라는 극은 이 철학자가 자기가 믿는 길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거예요.
이승현: 제가 느끼기에 갈릴레오는 나이는 많은데 어린애 같아요. 그 어린애가 죽기 직전,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죠.
양지원: 저는 코페르니쿠스라는 사람, 윌리엄 셰익스피어, 프톨레마이오스, 그리고 프레디, 밀턴, 비행사, 강도. 일곱 가지 역할을 맡았습니다!
멀티롤은 한 배우님만 하게 되시는 건가요?
이승현: 갈릴레오는 무대에 계속 있어요.
양지원: 네, 무대에 계속 있고. 저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 왔다갔다합니다. (웃음)
이승현: 하지만 멀티라고 하기엔 한 사람 한 사람의 비중이 굉장히 커요. 만약 여러 사람이 출연하는 극이었다면 각자 다른 사람이 맡았을 거예요.
네, 그럼 많긴 하지만 간략하게라도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양지원: 먼저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했던 사람이에요, 갈릴레오처럼. 그래서 갈릴레오는 그분을 존경했고 영향도 많이 받았죠. 그런데 그 사람은 지동설을 주장하고 종교재판에 회부되기 전에 죽었어요. 운 좋게 빨리 죽은 거죠. 이게 역사적 배경이고. 작품 안에서 코페르니쿠스는 도망자에요. (웃음)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는 아주 강직하고 모범적인 사람이죠. 대신 좀 어리버리하고요.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가이드를 맡은 사람이에요. 우리가 흔히 아는 천재성을 가지고 있고, 극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죠. 또 누가 있죠? 프레디! 아, 이거 말하면 안 되나? 프레디는…… 그 말만 빼면 되나? 한 글자만?
아, 한 글자.
양지원: 그 존재는 성별이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엔 남성성을 지니고 있되 여성성도 지니고 있는.
이승현: 자웅동체?
양지원: 자웅동체는 아니야. 그건 몸이잖아요. 몸을 떠나서 성별의 구분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 비행사는 사기꾼이에요. (웃음)
이승현: 사실 지원이가 맡은 역할 자체가 이야기에요. 갈릴레오는 가만히 있고, 캐릭터들이 나와서 사건들을 만들어주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의 설명을 더 자세하게 하다 보면 극의 내용을 다 알려드리는 게 되어버려요. (웃음) 옆에서 조금 도와주자면, 아직 말 안 한 게 밀턴인가?
박규원: 밀턴.
이승현: 밀턴은 청교도인 청년. 영국인이고요. 또 뭐지?
양지원: 비행사랑 강도?
이승현: 비행사랑 강도는 정말 그냥 비행사랑 강도에요. 말 그대로. 어떻게 연기할지는 양지원 씨에게 달려 있고요. (웃음)
제일 어렵거나 인상적인 장면이 있으시다면?
박규원: 사실 쉬운 장면은 없는 것 같아요. 이 전작들을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이 제작사의 작품이 사실 쉬운 게 없어요. 저도 대본을 늘 보면서 볼 때마다 새로운 내용인 것 같다고 느껴요.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고요. 갈릴레오가 시작하는 모습, 그리고 해방되었을 때의 모습을 무대에서 보여주게 될 날을 생각하면 많이 설렌다고 해야 할까요?
두 장면은 서로 대비되는 느낌인가요?
박규원: 네, 맞아요.
이승현: 사실 갈릴레오가 처음부터 끝까지 눌려있거든요. 그러다 해방이 되는데 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음, 저는 규원이가 말한 것도 공감하고요.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내용에 대한 건데. 일단 갈릴레오가 죽어가는 중이거든요. 그가 종교재판을 받고 집에 돌아와서 죽으려고 누워요. 거의 다 죽었죠. 숨은 다 넘어갔어요. 그때 머릿속에서 갈릴레오가 여행을 하는 내용이에요. 갈릴레오랑 코페르니쿠스 사이에 1500년의 시간이 있는데 시공간을 초월해서 그 사람들을 만나는 거예요. 그걸 다 셰익스피어의 배우가 같이 연기하고요. 신을 만나서 마지막 재판을 한 후 끝나는 거예요. 이게 전체적인 내용인데 극중에서 갈릴레오가 어느 순간 자기는 죽어가고 있고 지금 여긴 이승이 아니며, 곧 죽어야 한다고 깨달은 후에 죽음을 받아들이는데요. 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감정이 너무 어려워요. 내가 실제로 그걸 받아들여서 노래한다는 느낌이 아직은 들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라면 사랑에 빠지면 되는 건데 죽음은 제가 정말로 받아들여본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그 장면이 굉장히 어려워요. 그곳이 전환점이고 그 후로 제가 죽음을 받아들이며 성장해가는 내용인데 거기서 안 받아들여지고, 관객들도 제가 죽음을 안 받아들였다는 걸 알게 되면 혼란이 오니까 그게 정말 부담스럽고 어려워요.
일반적으로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죠.
이승현: 네. 그걸 느낀 사람은 다 죽었잖아요.
양지원: 저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까 그게 어려웠어요.
빠른 변화가 필요하거나, 그런 부분이 어려우신가요?
양지원: 변화도 사실 힘들지만, 으음…….
이승현: 지원이가 나오면 공간이 바뀐 거예요. 그래서 완전히 다른 공기를 몰고 와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 것 같아요.
양지원: 맞아요! 그런 공기를 몰고 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작가님의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제가 대본을 읽으며 느끼는 건 여기에 나타나는 모든 캐릭터가 결국은 윌리엄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윌리엄이라는 사람이 자기가 좋아했던 갈릴레오를 만나서, 이 갈릴레오가 진실을 말할 수 있게끔 도와주려고 많은 모습으로 변하며 이 사람을 자극시키고,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역할 같아요. 그래서 제가 갈릴레오를 잘 도와줘야 극 자체가 재미있어지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정말 어렵더라고요.
가장 좋아하는 넘버를 알려주시겠어요?
양지원: 저는, 애증인데. 강아지와 장미와 고양이의 정체요.
이승현: 사실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노래가 다 좋아서.
양지원: 저도 사실 몰라요. 말하라고 하셔서 말해본 거예요. (웃음)
박규원: 저는 23번이 좋습니다. (웃음)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하는 극인데, 그것 때문에 더 특별히 자료조사를 하셨나요?
이승현: 네, 물론 찾아봤고 제작진에서 많이 알려주신 것도 있었고요. 저희가 찾아도 그것보다 더 많이 찾기는 어렵더라고요. (웃음) 사실 전 그 자료를 보면서 어떤 사람인지 참고하진 않았어요. 있는 이야기만으로 생각했죠.
박규원: 저도 같은 생각인데요. 알려주신 부분은 많지만 기본적으로 이 극의 배경은 시공간을 초월한 곳이니까요. 갈릴레오가 70세에 죽었다고 해서 굳이 할아버지처럼 할 필요는 없고, 그런 이야기를 연출님이나 작가님이 많이 하셨어요. 사실 전 고민이었던 게, 제가 보이는 게 어린 모습이고 목소리도 어린 느낌이 있잖아요. 그래서 외형적으로라도 뭘 해볼까 하는 마음에 수염을 좀 길러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이승현: 음, 하지만 갈릴레오는 죽을 때 거의 눈이 멀어요. 하지만 갑자기 잘 보이거든요. 또 갈릴레오는 마음이 항상 어리고요. 그렇게 어린 마음으로 편한 신체를 가졌으니 그냥 지금 모습으로 하면 오히려 더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박규원: 오오.
이승현: 왜?
박규원: 두 달 동안 들은 형 이야기 중에 제일 좋은 것 같아요. 확 정리가 되네요.
이승현: 응…… 그럼 커피 사줘.
박규원: 네. 아메리카노로. (웃음)
양지원: 아, 저는 멀티를 처음 해봐서. 그리고 캐릭터가 다 굵직굵직하다 보니까 그 사람에 대해 안 찾아보면 연기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전 그래서 따로 많이 찾아봤고, 찾아봤지만 무대가 시공간을 초월한 어떤 다른 공간이라고 하니까 거기서 벗어난 부분은 물론 있죠. 그래도 어쨌든 인물을 구축하면서 찾아본 게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런 역사적 사실이 극에 반영되는 부분이 있나요?
이승현: 그렇죠. 일단 갈릴레오와 윌리엄은 나이가 같아요. 작가님이 실제로 이 부분에 착안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박규원: 저희 작품의 설정 상 윌리엄과 갈릴레오는 둘이 굉장히 만나고 싶었던 사이고, 친구에요. 서로의 팬이었고요. 실제 역사에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웃음)
각자 더블캐스트신데요, 본인의 캐릭터과 다른 캐스트가 맡은 캐릭터의 다른 점, 그리고 각 상대역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시겠어요?
이승현: 제가 하는 갈릴레오가 규원이와 다른 점은, 저는 아이가 있어요. 갈릴레오도 원래 자식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장면에서는 제게 아이가 있다는 것 때문에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이건 누가 더 좋다, 안 좋다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런 사실 때문에 규원이의 갈릴레오와 제 갈릴레오가 달라지는 거죠.
양지원: 정말 이 말이 맞는게, 윌리엄도 자식이 있는 걸로 나오거든요. 그래서 (유)성재형이랑 저랑, 전 아이가 없고 형은 있으니까요. 확실히 감성이 다를 것 같긴 해요. 정리하자면…… 형님들은 아이가 있고요, 저희는 없습니다! (웃음)
박규원: 맞아요. (웃음) 아무래도 나이가 다른 만큼 저희는 보고 듣고 느끼는 게 다르고, 그 차이가 연기하는 것에서도 묻어나겠죠.
각 상대역에 대해선 어떠세요?
이승현: 음, 처음엔 약간 고민했어요. 동갑이라는 설정인데 지원이는 어리니까. 그런데 작가님의 설정이 여기서 재미있는 게 저는 노인의 모습을 하고 날아다닐 수도 있는 거예요. 또 뭐가 다르지?
양지원: 피부색이 달라요!
이승현: 아, 그렇지. 성재는 까맣고, 넌 하얗고. (웃음)
박규원: (웃음) 성재형이 하는 윌리엄은 훨씬 능글맞아요. 그리고 지원이는 상큼하고요.
양지원: 풋사과입니다.
이승현: 그럼 성재가 뭐가 돼?
양지원, 박규원: 아니, 능글맞다는 게 좋은 거 아니야?
이승현: 아. 나도 그럼 똑같이 이야기할래. 성재는 능글맞고요. (웃음) 능글맞다기보단 노련하죠. 성재랑 하다 지원이랑 하면 지원이가 어리게 느껴지긴 해요. 아, 제가 왜 자꾸 나이 이야기를 할까요. (웃음) 풋풋하다로 하겠습니다. 성재는 능글맞고 지원이는 풋풋하다.
양지원 배우님이 보기에 두 분은 어떠신가요?
양지원: 아, 저는…… (승현이형은) 능글맞고, (규원이형은) 풋풋해요. (웃음) 제가 연습실 공개에서도 이야기했었는데, 릴렉스함과 열정을 각각 가진 것 같아요. 승현 형은 릴렉스해서 극에서 만나면 노인을 만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이승현: (웃음) 아, 뭐야.
양지원: 아니 진짜! 갈릴레오의 나이에…….
이승현: 나이 이야기 하지 말고 거기에 사는 사람 같다고 하면 되잖아! (웃음)
양지원: (웃음) 아무래도 연륜에서 오는 릴렉스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사람이 힘이 있어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이승현: 몰라! (웃음)
여유와 열정인가요?
양지원: 네, 맞아요! 그거. (웃음) 그리고 성재형은 뭘 해도 웃겨요. 제가 실제로 살아갈 땐 굉장히 웃긴 사람인데 웃겨야지! 하고 마음먹으면 하나도 안 웃기거든요. 오히려 진지해지면 웃기다고 해요. 그래서 웃기게 연기를 하려고 하면 도저히 안 되는 것 같아요.
극중에서 꼭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신가요?
이승현: 저는 죽음에 대해서 꼭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이 생각은 애들한테도 제가 많이 했는데, 보통 나이든 분들께 물어보면 일찍 죽고 싶다고 생각 안 하세요. 물론 아닌 분도 계시겠지만요. 하지만 10대 아이들에게 물으면 "나는 스물다섯 살에 죽고 싶어."라는 말을 하거든요. 저도 어릴 땐 그런 생각을 했는데, 나이가 들고 나니 이렇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좋은 거구나, 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죽음이 한참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죽음이 안 무섭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죽음이 가까워지면 저처럼 이야기하지 못할 거잖아요. 죽음이 가깝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죽음은 항상 현재라는 거예요. 죽음이 미래에 있지 않고 항상 현재라는 거죠. 제가 100살까지 건강하게 살았다고 해도, 그 나이까지 살았지만 죽는 건 현재잖아요. 그때. 그래서 언제나 죽기 싫은 거예요. 그런 죽음에 대한 생각을 여러분이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작품을 재미있게 본 것과 별개로 여러분이 생각해주시기를 바라는 건 아, 삶이 소중하구나. 죽음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구나. 이런 부분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박규원: 저도 형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한 건데요. 공연을 보신 관객분들이라면 과연 삶과 죽음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갈릴레오는 종교재판을 받잖아요. 거기서 그가 아는 걸 이야기했다면 죽었을 거예요. 그 사실을 알고 입을 다물었기 때문에 살았는데 어떻게 보면 비겁하고 어떻게 보면 현명한 거죠. 그래서 관객분들이 "나라면 같은 상황에서 뭘 선택할까"라는 걸 저를 통해서나마 조금 생각해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양지원: 저도 두 형의 이야기를 받아서 이야기하자면, 모든 사람들이 죽으면 천국과 지옥 중 한 군데에 가잖아요. 갈릴레오는 그 갈림길에 서 있고요. 우리가 정말 본인의 입장에서, 내가 죽을 때 천국에 갈지 지옥에 갈지 생각할 때 어떻게 하면 천국에 갈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이 지옥에 가는 걸까 하는 걸 고민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런 고민을 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이승현: 아,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성장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연습하면서 저는 이게 노인의 성장 드라마라고 생각했어요. 굉장히 특이하죠.
박규원: 정말 저 노인의 성장 드라마라는 말은 저희 작품을 대변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함께 하는 배우님들께 한 마디씩 부탁드릴게요.
박규원: 지원이랑은 이 공연이 끝났을 때, 한 회가 끝났을 때 뿌듯했으면 좋겠어요. 또 승현이형은 저보다 굉장히 선배잖아요. 굉장한 선배님과 더블이 되었으니까 승현이형이 그동안 쌓아온 것들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고 싶어요. 뒤처지지 않는 배우가 되고 그걸 나중에 승현이형이 제게 말해줄 수 있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양지원: 일단 승현이형 먼저 이야기하면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건강해서 오래오래 100세까지 사실 수 있도록……. 그리고 규원이형은 어떤 일을 하든 즐겁게, 행복하게 사셨으면 해요.
이승현: 저도 같아요. 다들 즐겁게, 다치지 말고 열심히 해서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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