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ography Part.
<그림자를 판 사나이>
벤델과 그레이맨 1인 2역을 맡았는데 어떠한 차이를 주려고 했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소설을 모티브로 이 극이 나오긴 했지만 굳이 원작 소설을 따라가려고 하진 않았어요. 벤델은 가장 친숙한 사람이 악마일 수 있다는 걸 표현하면 얼마나 재밌을까라고 생각에서 출발한 캐릭터예요. 그냥 예를 들어, 저랑 친하게 지내고 있는 지원이가 악마라면 어땠을까? 막 이런 상상을 해보면서요. 그래서 더 허술하거나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고. 하지만 기본적인 애티튜드로는 악마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다른 사람 같지만 벤델일 때도 어느 정도 그레이맨의 모습이 풍기도록 보이려구요. 그게 또 대본에 나와 있는 부분이라 대본대로 충실하려고 노력하기도 했고요.
벤델과 그레이맨의 차이는… 그레이맨을 맡은 배우들끼리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여러 얘기가 나왔었어요. 아예 다르게 가야 한다, 아니다. 똑같은데도 페터가 못 알아보는걸로 가보자. 여러 가지 말들이 나왔지만 극적으로 따진다면 구분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의 갭이 커야한다고 생각을 해서 그렇게 준비했고요. 원래 가장 순수할수록 굉장히 잔인한 법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벤델을 할 때 최대한 순수하고 어리게 연기를 해보려고 노력했어요. 악마 입장에선 자기가 나쁜 짓을 하는게 나쁘다는 생각을 못 해요. 인간이 만든 도덕과 기준에서 비춰봤을때나 나쁜 짓인거죠. 그러니 그레이맨은 자기의 행동이 나쁜 짓이라는 걸 모르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순수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한 거죠. 상식적인 논리가 통하지 않아서 더욱 끔찍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분위기의 역할은 처음인가요?
생각해보면 발렌티노도 있긴 했죠. 발렌티노는 귀엽게 장난치는 거라고 하시는데 그레이맨한테도 이건 장난이에요. (웃음)
On the stage Part.
박규원이 생각하는 좋은 배우의 역량이란?
저도 소위 말하는 ‘덕질’을 해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팬분들의 마음을 알아요. 제가 야구를 워낙 좋아하는데, LG트윈스라는 팀에 거의 미쳐있어서 학교 끝나면 맨날 야구장 가는 게 제 일과였어요. 그중에서도 박용택 선수, 용택이 형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기사에도 댓글 다 달고, 퇴근길도 가본 적 있어요. (웃음) 그래서 전 알아요. 뭘 아냐면, 용택이 형이 퇴근하실 때 기다리고 있다 보면 경호원분들과 함께 나오셔서 지나가는 게 보이거든요. 어느 날은 ‘형 너무 좋아해요!’이랬더니 그걸 들은 용택이 형이 멈춰서 ‘예, 감사합니다.’ 하고 싱긋 웃고 가셨는데 저도 모르게 제가 울고 있더라고요? (웃음) 조금 과하긴 했지만, 그 정도로 이 선수가 제 삶의 활력소였던 거죠. 지금 공연 문화에서도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풀고 힐링하려고 오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중에서 절 활력소로 느끼시는 분들이 계신 거고요. 그러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꾸준히 계속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게 가장 최선인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모니터하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어요.
About Park Kyuwon Part.
인생을 책으로 따진다면 지금은 어떤 페이지일까요?
권수로 따진다면 꽤 많은 권수일테고, 나이로 따져봐도 중반쯤에 접어든 것 같고요. 지금이라는 페이지의 소제목을 붙여본다면 갑자기 이 말이 떠오르네요.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 중에 요기 베라가 한 말이 있어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왜냐면 야구는 시간제한이 있는 게 아니라서 100점을 지고 있더라도 9회 말 2아웃까지 가보지 않으면 모르거든요. 물론 확률은 아주 희박하지만 언제나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있는데… 저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기적처럼 다 따라잡고 지금 연장전까지 온 기분이거든요. 경우에 따라선 이 연장전에서 이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질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이기고 지고가 중요하지는 않아요. 마지막 상황에서 따라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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