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라는 공연을 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사실 학교에 뜬 오디션 공고를 보고 이 작품에 대해 알았어요. 그 전까지는 잘 몰랐는데, 굉장히 좋은 작품이더라고요. 끌렸다고 해야 할까요? 처음엔 앨런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했다가, 연습하는 과정에서 점점 피터가 좋아졌어요. 저는 굉장히 자유를 원하면서 살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이 억압에 대한 내용이다 보니까 피터를 연기하면 억압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고, 또 제가 추구하는 자유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본공연이 올라온 건 혹시 보셨나요?
아니요, 아직 못 봤어요. 이번에 올라온다고 해서 꼭 보러 가려고요. 본공연은 저희가 한 공연이랑 연출이 많이 다르다고 들었어요. 피터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또 주제가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너무 궁금해요. 저희 팀 다 같이 보러 가기로 했어요. (웃음)
어린 아이들이 방황하는 과정을 조명하는 극인데, 그중에서 가장 비극적인 서사의 주인공이잖아요. 많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캐릭터를 어떤 식으로 만들고 또 연습하셨나요?
저는 처음엔 피터의 나약하고 섬세한 면만 부각시키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목소리도 지금보다 더 높고 밝게 내고, 사소한 일에도 자꾸 울었는데 연습하다 보니까 피터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아이더라고요. 연습하는 과정에서 점점 피터를 이해하게 됐고, 그랬더니 처음 만들었던 이미지와 달리 제 원래 모습에 가까운 피터가 나왔어요.
함께 주역이었던 제이슨과 호흡을 맞출 때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1막에서는 제가 제이슨에게 끌려다니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이슨이 하는대로 받아주려고 노력했고, 2막에선 반대로 제 호흡에 제이슨이 따라올 수 있게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표현이 잘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제이슨 역의 송한빈 배우님과는 원래 친하셨나요?
사실 공연하면서 처음 만나게 됐어요. 저보다 한 학년 낮고 두 기수 후배거든요. 많이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친해지면서 정말 좋은 친구라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연습 안 할 때도 막 뽀뽀하고 다니고 그랬어요. (웃음)
피터를 제외하고 가장 관심이 가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처음 오디션 볼 때 전 제이슨을 지원했어요. 언젠가 제이슨을 해보고 싶고, 관심도 많았는데 연습을 하다 보니까 루카스가 정말 멋있게 보이더라고요. 자기가 좋아하는 게 분명하고 표현도 잘하고. 그래서 루카스도 해보고 싶어요.
피터가 마지막에 "저도 신부님을 용서해요"라고 말한 것에 대해 배우님이 생각하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기엔, 그건 신부님이라는 직책의 임무였던 것 같아요. 직접 무언가를 해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갈 수 있게씀 인도하고, 신이 생각하는 길로 이끌 수 있도록 들어주면서 교리를 따르며 들어주는 게 신부님의 입장이라고 생각했어요. 신부님도 휘장 속에 계신 거죠. 그게 신부님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고, 타당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저는 신부님을 용서합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이슨의 마지막 제안을 피터가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음, 받아들이지 않은 게 아니라 받아들이지 못했던 거라고 생각해요. 피터는 제이슨이랑 굉장히 많이 달라요. 제이슨은 늘 갇혀 있고, 스스로를 두려워하고, 자기 자신을 내보이기 싫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죠. 저는 그런 제이슨을 바꿔주고 싶었어요. 사람들의 시선이 어떻든 자기 길을 가야 한다고 제이슨에게 말하고 싶었는데, 끝내 제이슨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아, 제이슨은 제이슨이구나. 제이슨이 원하는 길로 가는 게 저 아이에게는 더 행복할 수 있겠구나. 그러면 나는 내 길을 가야 하고,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은 서로 다르다. 서로를 너무 좋아해도 행복할 수 없을 거다. 그런 생각에 제이슨을 못 받아준 거죠. 제이슨이 더 힘들어할 것 같아서요.
만약 둘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음, 해피엔딩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웃음) 하지만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둘이 도망가지 않았을까요? 제이슨의 집안도 있고, 사람들의 시선도 생각해야 하고. 아마 두 사람이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인정해주는 곳에 가서 단 둘이 행복하게 살았을 것 같아요.
이 공연을 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
피터의 꿈속 장면이랑 현실에서 움직임을 분리하는 게 어려웠어요. 꿈속에선 좀 더 몸을 과장되게 쓰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그게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공연을 하면서 배운 건 '몸을 크게 쓰는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웃음) 신체에 대한 이해도 많이 했고요.
학교 밖에서 공연하는 건 처음이신가요?
간접적으로는 한 번 했었어요. 창작산실 심사 과정에서 '청춘 18대1'이라는 작품의 역할 하나를 맡았었고, 그것 말고는 처음이에요.
기분이 어떠셨어요?
우선 낯설었어요. 사실 굉장히 두려웠죠. 일반 관객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큰 벽이었고, 저도 모르게 위축이 되더라고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걸 보니… 첫 공연에서 박수를 받고 나오면서 바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제가 염려했던 건 다 쓸데없는 거였고, 그냥 해야 할 일을 하면서 관객분들을 기쁘게 해드리면 되겠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자유극장은 객석과 무대가 가깝잖아요. 긴장되지 않으셨어요?
네! 정말 너무 가까웠어요! (웃음) 프리뷰 첫 공연에선 진짜 심장이 터져서 죽는 줄 알았어요. 항상 다 아는 사람들 앞에서만 하다 처음으로 낯선 분들 앞에 서니까, 안 보려고 해도 관객분들 얼굴이 하나하나 다 보이더라고요. 그러니까 정말 두려운 거예요. 어떤 시선으로 보실까, 하고. 그래서 몸도 뻣뻣해지고, 생각도 잘 진행이 안 됐는데 중간쯤 진행되니 점점 집중하면서 편하게 잘 연기하게 되더라고요.
자신있는 음역대가 있으세요?
씨플랫 정도 나오는 노래가 적절하더라고요. 중간에 음이 오묘하게 걸리는 부분은 제가 감정이 지나치게 들어가면 샵이 되는데, 아예 높으면 괜찮은 것 같아요.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으신가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요. 늘 좋아하던 작품이에요. 토마스를 하고 싶은데, 앨빈도 너무 좋아해서 큰일이에요. (웃음) 그리고 쓰릴미요. 리차드를 해보고 싶어요. 사실 네이슨이 더 잘 맞을 것 같긴 하지만… 제가 끌고 가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서요. 쓰릴미는 노래도 전곡 다 알고 다 불러봤어요. 언젠가 꼭 한 번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어요.
대학로에서 작품을 계속 하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대극장이나 매체를 꿈꾸시나요?
제가 하고 싶은 건 중소극장인 것 같아요. 이번에 자유극장에서 공연을 하면서 느꼈는데, 관객분들을 가까이서 맞이하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같이 호흡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중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배역을 전부 다 말해본다면?
전부 다요? (웃음) 알겠습니다. 일단 리차드는 말씀드렸고, 마리우스도 하고 싶고요. 렌트에서 로저, 서편제의 동호, 모차르트, 김종욱… 하고 싶은 배역은 정말 다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많죠. 사실 모든 배역을 다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아직 정식으로 데뷔한 입장이 아니니까요. 오디션 많이 보면서 공부하고, 준비도 열심히 하고. 또 책을 많이 읽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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