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호, 성재, 이세헌 배우가 들려주는 강호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이 궁금하신가요? 2024년 2월 25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직접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본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세헌: 안녕하세요. 군 전역 이후부터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워, 지금은 데뷔한 지 약 3주 차인 26살 이세헌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성재: 안녕하세요. 취선 역을 맡은 구 유성재, 현 성재라고 합니다.
박경호: 뮤지컬 <결투>에서 천천 역할을 맡은 박경호라고 합니다.
현재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세헌: 지금 <결투>에 같이 출연 중인 성필이와는 원래 아는 사이에요. 그 친구가 먼저 이 작품을 추천해 주기도 했고, 이전에 박현숙 작곡가님과 함께 작업을 한 적이 있어서 망설임 없이 지원했어요.
워낙 실험적인 장르를 뮤지컬에 접목시킨 작품이다 보니 참여하기 전에 기대했던 것들이 있을텐데요.
성재: 아무래도 무협이라는 장르를 떠올렸을 때 무술이 빠질 수 없는데, 제가 태권도를 전공했기 때문에 갖고 있는 장점을 잘 살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디션을 준비하던 당시 <결투> 초연부터 참여하셨던 유성재 배우님과 다른 공연에 출연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런저런 조언을 듣고 미리 기초 체력부터 준비해 뒀습니다.
박경호: 오디션 공고로 처음 작품을 접했었는데, 간결한 제목이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뮤지컬에서 어떤 ‘결투’를 할 것인지가 가장 궁금하더라고요. 정해진 동작을 트레이닝하고 상대와 정확한 합을 맞추는 작업은 해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작품에 나오는 단어들이 익숙했던 분이나, 처음 접하는 분도 계실 텐데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무협 장르에 입문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세헌: 저는 사실 무협에 대해 아주 무지한 편이었어요. 그래서 무술 감독님께서 추천해주신 <와호장룡> 같은 영화를 레퍼런스 삼았어요. 모르는 단어도 꽤 많아서 하나하나 뜻을 찾아보기도 했고요.
성재: 저는 무협지보다는 웹툰을 통해서 친숙해져 있는 상태였어요. 그리고 <의천도룡기> 같은 중국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너무 오래된 작품인가요? (웃음) 이 외에 이연걸 주연인 영화들을 꽤 챙겨봤어요. 그런 영화를 보면 시각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은데 공간의 제약이 큰 소극장에서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기대가 가장 컸습니다.
박경호: 저도 웹툰을 통해서 접한 케이스에요. 웹툰 중에서도 액션 장르를 좋아하다 보니 간단한 용어들은 이미 친숙했어요. 웹툰에서는 <고수>라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웃음)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무엇인가요?
이세헌: 제가 맡은 캐릭터가 많다 보니 각자 다 다른 매력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는데, 디테일적인 차이점을 두는 게 제겐 조금 어려웠어요. 특히 점소이가 해설자이면서 극 안에 속해있다 보니 그 안에 있는 것도 아니면서 밖에 있는, 중간 지점을 표현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이 부분을 마지막 공연까지 잘 다듬어 나가고 싶습니다.
성재: 취선의 결을 잡을 때, 초연때의 취선과는 조금 다른 이미지의 취선을 하고자 했어요. 맹도와 비슷한 멋있는 카리스마가 느껴지면 좋겠다는... 하지만 취선의 장면들이 제가 대본을 보고 해석하기엔 조금 까불거리기도 하고 장난스럽게 묘사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이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기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이제는 그 안에서 어느 정도 당위성을 찾았지만. (웃음)
박경호: 전 무술을 해본 적도 없고, 평소에도 몸 쓰는 걸 안 좋아하기 때문에 굉장히 몸이 많이 굳은 상태에서 연습을 시작했어요. 집에 돌아가면서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연습한 덕분에 지금은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하지만 마지막 결투 장면은 아직도 힘들어요. 그땐 다리에 힘이 풀리고 숨도 차올라서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아도 절로 연기가 되는 수준이거든요. (웃음) ‘죽겠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와요.
성재: 대마두는 끝까지 여유 있는 캐릭터여야 하는데 얼마나 힘들겠어. 나도 숨 엄청 차거든. 맘 같아선 ‘죽여주마!’가 아니라 ‘죽…여…주마…’라고 말하고 싶어. (웃음)
박경호: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어렵고 힘들지만, 다치거나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항상 극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4인극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많은 캐릭터가 이 극에 등장하는데요. 매력적으로 느끼는 캐릭터를 골라본다면요?
이세헌: 저는 운검이요. 생판 모르는 어린아이를 망설임 없이 데리고 와서 친자식처럼 키운 대인배 같은 면이 멋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형처럼 풍검을 챙겨주잖아요. 맹도에게 비무를 청했다고 했을 때도, 같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똑같이 비무를 요청할 거라던가, 대마두와 싸우다가 장렬히 전사하는 면에서 강호인의 도리까지도 완벽한 사람이라, 진정한 대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경호: 전 사부님이지만 때로는 친근한 형 같은 느낌이 있는 취선 캐릭터가 매력적인 것 같아요. 취선 사부님은 훈련할 땐 엄해도 같이 있을 땐 장난기도 많고 엄청나게 잘 챙겨주셨을 거예요. 저도 장난기가 많기 때문에 언젠간 취선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성재: 저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말해봐도 될까요? 실제로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지만, 황제가 굉장히 흥미로운 것 같아요. (웃음) 황제의 동생이 대마두, 아들이 천천인데 둘 다 고수잖아요? 그러면 황제는 얼마나 강했을까 싶더라고요. 무공을 폐했는데도 대마두와 맞서 싸울 수 있을 정도라면, 맹도에게 잘 가르침 받아 성장했을 때 적어도 맹도 이상으로 뛰어난 무사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황제는 대단한 사람이었을 거야. (웃음)
한정적인 무대 공간에서 매일 다른 상대와 합을 맞추는 과정이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공연 전 정해진 루틴이나 특별히 신경 쓰는 장면이 있나요?
성재: 저뿐만 아니라 전 회차의 모든 배우가 액션이 있는 씬은 모두 미리 연습 하고 공연에 참여해요. 그 이후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좀 더 해보고 싶은 액션을 몇 번 더 연습해 봅니다. 하지만 취선 역은 액션이 제일 많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공연 전에 너무 체력을 소진하지 않도록 컨디션을 고려해 그날의 우선순위를 정해두는 편입니다. 언제나 최우선은 안전입니다.
박경호: 관객들에게 무술 씬을 가장 처음 먼저 보여주는 장면이 천천과 대마두의 만남이거든요. 아무래도 가장 처음 선보이는 장면이기도 하고, 제가 공격자이기 때문에 저에게는 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연 시작 전에도 혼자 더 연습을 많이 해보는 편입니다.
이세헌: 앞서 말한 것처럼 맹도가 첫 등장부터 대마두와 짧지만, 강렬한 장면이 있어서 그 부분을 꼭 맞춰보는 편이에요. 그 외에도 두루두루 어느 것 하나 빠지는 일 없이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지만, 가장 합이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운검과 맹도의 비무 장면이에요. 그 장면은 단순히 무공을 겨룬다기보다 검무와 같은 느낌이라, 서로 맞대는 힘의 크기가 조금만 달라도 칼이 엇나가기 때문에 상대를 꼭 신경 쓰며 맞추려고 노력하는 장면입니다.
결투 캐릭터들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을 키워드로 나열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박경호: 저는 첫 번째로 황자, 두 번째는 사부님, 세 번째는 사제, 네 번째는 복수, 다섯 번째는 협입니다.
성재: 취선은 맹도, 도화주. 대마두는 힘, 권력. 운검은 부모. 비룡에겐 그런 느낌이지 않나 싶어요.
이세헌: 맹도는 원칙, 믿음, 신념 그리고 평화. 점소이는 전달자, 부모님, 복수. 풍검은 강호의 질서, 균형 마지막으로 사형으로서 함께하는 운검.
특이한 키워드들이 있는데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이세헌: 맹도같은 성격에 아무런 의미 없이 사형을 떠나진 않았을거라고 생각해요. 황궁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을 땐 이미 많은 생각을 거친 후에 확고하게 내린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 도나라의 백성들과 평화를 위해 힘쓰겠다는 다짐이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오로지 평화를 위해 떠난 것은 아니고요. 취선과 거리를 두는 편이 사형에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대로 함께해도 사형에게 더 큰 일이 나겠구나 싶기도 하고, 취선에게 생긴 일이 다 저 때문이니까 힘든 마음도 분명히 있었겠죠?
오늘 인터뷰에 각 역할의 배우들이 모였으니, 상대 캐릭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박경호: 대마두에게 짧게 말해도 될까요? (웃음) ‘대마두, 꼭 그렇게 다 가져야만 속이 후련했냐! 이 숙부님아.’
성재: 취선이 맹도에게 ‘미련한 놈.’, 취선이 천천에게 ‘으휴 미련한 놈.’, 운검이 풍검에게 ‘미련한 놈…’
이세헌: 저는 취선에게 ‘사형이 술 끊고 패배자처럼 살지 않았으면 이렇게까지 떠날 일은 없었어.’
취선이 그 말을 들으면 무척 서운해할 것 같은데요.
성재: 이전 대답도 그렇고 이렇게 얘길 들으니, 인간관계에서 다툴 때 흔히 말하는 ‘시간과 거리를 두고 관계를 재고해 보자.’라는 소리로 들리네요. ‘네가 그렇게 안 했으면 안 떠났어.’라니 내가 그렇게 철없게 굴었나 싶기도 하고요. 서운하네. (웃음)
이세헌: 하지만 사형 대신 해독환을 먹은 제 입장에서는 죄책감이 큰데, 제가 보는 앞에서 존경하는 사형이 무공을 다 잃고 술에 의존하면서 망가져 가는 모습을 더 지켜보기가 힘들었을 거 같아요. 그래서 만약 사형이 날 잡아줬더라면 떠나지 않고 다시 한번 생각해 봤을 거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성재: 취선이 잘못했네요. (웃음)
캐릭터를 떠나서 이렇게 서로 만나서 작업해보니 어때요?
이세헌: 첫 데뷔라 경험이 많이 부족했을텐데 그 빈틈을 형들이 많이 채워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특히나 작은 성재 형님은 운동을 하셔서 근육 테이핑도 매번 손 봐주시고 여러모로 많이 케어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호 형은 원래 알고 있던 사이였는데요. 처음에 경호 형이 없었다면 제가 이 뮤지컬에 적응을 잘 못했을 거에요. 작품에 대한 얘기도 같이 많이 하고, 경호 형이 많이 신경 써주셔서 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줬습니다.
성재: 방금 세헌이가 자기 스스로 이번에 데뷔라고 해서 부족하다는 얘기를 잠깐 했지만,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되게 열심히 잘 해주고 있고,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모두 다 모쪼록 안 다치고 공연을 끝까지 잘 마무리 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경호와는 연습실에서 가장 연습을 많이 했었는데 본 공연에서는 많이 만나보지 못해서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됩니다.
박경호: 저 역시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다들 이미 서로 친한 것 같아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세헌이가 있어서 많이 기댈 수 있었어요. 또 성재 형은 몸을 쓰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많이 코치해주셨고요. 팀 내에서 별명이 팀 닥터인데요. 매 공연마다 싫은 티 한 번 안내고 정말 꼼꼼하게 봐주고 테이핑 해주세요.
이세헌: 맞아. 다만, 다 붙인 다음에는 꼭 계좌번호를 알려주세요. (웃음)
다들 그렇겠지만, 정말 대본을 꼼꼼히 읽어봤을 것 같아요. 생각해 둔 전사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세헌: 맹도는 황궁에 들어갔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았을 것 같아요. 뛰어난 무공의 소유자로서 많은 공을 세우고 황제에게 가장 신뢰 받는 사람으로 인정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아들을 스승으로 맡기는 동시에 호위무사로 삼았을 것 같고요. 그래서 어린 천천의 성장을 옆에서부터 쭉 지켜봐 왔기 때문에 어쩌면 생각보다 더 깊은 사제지간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리고 점소이는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가게를 그대로 이어 나가기 위해 악착같이 살았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비룡이 첫 등장에서 복수를 노래할 때 점소이 역시 부모님이 사용하시던 부채를 바라보며 그 복수심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운검이 뭔가 일을 저지르면 풍검이 수습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요즘 MBTI식으로 나누자면 운검은 P, 풍검은 J라고 해야 할까요. (웃음) 운검이 뭔가 결정하면 ‘널 존중하니까 그 결정에 따를게.’라고 하면서도 머릿속에선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생각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래도 운검의 선택엔 항상 뜻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제나 따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성재: 전 취선이 맹도가 떠난 뒤 7년간 혼자 지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점점 잊어버려서 이전보다 성격이 괴팍해졌을 것 같아요. 혼자 지내는 동안 뭘로 자급자족을 했을지도 상상해 보고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 동물이나 나무들을 상대로 얘기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맹도나 천천을 대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오랜만에 만난 맹도가 반가운데 밉기도 하고, 욕해주고 싶은데 안아주고 싶기도 한 복잡한 감정들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예전엔 되게 멋있는 사람이었을 텐데 대화하는 법을 까먹어서 괜히 윽박지르게 되고. (웃음) 제자들을 가르치며 예전의 나는 이러지 않았구나, 하고 옛날의 모습을 찾아가는 게 극 중에서 보이게끔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경호: 연습실에서 보니 제가 다른 분들에 비해 좀 더 성격이 드센 천천이더라고요. 어린 나이에 황자로 살아남으려면 카리스마도 꽤 있었을 것이고, 황제가 병석에 누워있을 정도면 얼마나 음해하려는 세력이 많았겠어요. 그런 조정 상황을 생각했을 때 천천은 눈빛에서 굳은 의지가 강렬하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대마두가 강호로 떠나기 전, 어린 천천의 기억 속에 숙부는 눈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무서운 사람이었을 것이고, 못 이긴다는 걸 알면서도 죽을 각오로 싸운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조금 강한 성격의 천천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뭐에요?
성재: 저는 ‘도화주에 취해 Rep.’을 고르고 싶어요. 천천과 비룡, 맹도와 취선이 비슷한 상황에서 전혀 다른 선택을 하잖아요. 그 선택으로 인해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 한 장면 안에 압축적으로 담겨있어서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아요. 연습 당시에는 스스로에게 집중하느라 잘 몰랐지만, 본 공연에 올라오니 저와 달리 비룡과 천천의 대조되는 선택들이 눈에 많이 비치더라고요. 저는 결국 맹도를 떠나보내지만,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선택을 하는 비룡은 무슨 생각으로 얘길 하고 있을까? 그 말을 들은 천천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이 많이 교차해요. 배우로서도 제일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고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은 장면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역할들도 꼼꼼히 봐주시면 더 재밌게 극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박경호: 저는 취선 사부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복수심에 활활 불타서 부르는 ‘사명’을 가장 좋아합니다. 천천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비룡 외에도 취선 사부님이 계시니 사형 같은 면모를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후에 제게 남은 건 비룡밖에 없기 때문에 이전과는 달라졌을 거예요. 그리고 처음에 이 극을 접하면서 사부님에 대한 복수심과 흉수를 꼭 잡겠다는 의지가 담긴 부분을 읽었을 때 굉장히 큰 감명을 받았거든요. 그때 받은 감정을 무대에서 표현할 수 있어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라고 꼽았습니다.
이세헌: 짧지만 ‘아냐 아냐’에서 풍검이 아룡을 만나 운검과 함께 가족같이 지내는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룡의 전사를 다 표현 해주면서 운검과 풍검의 끈끈한 사형 사제 관계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아요. 이 넘버 하나에 모든 걸 다 담을 순 없지만, 정말 가족 같은 사이구나, 다들 서로 애정하고 보듬어주는 사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가장 좋아합니다.
결투의 인물들은 해독환을 두고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박경호: 앞서 말했듯 비룡은 하나밖에 없는 저의 가족이에요. 취선 사부님이 돌아가셨을 때 복수심도 들었겠지만, 천천의 세계엔 비룡만 남아 있다는 절망감과 슬픔도 매우 크다고 생각해요. 그때부터 비룡을 좀 더 챙겨주고, 감싸주려고 노력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사부님과 한 약속도 있지만, 천천에게는 떠올리기도 싫은 비극이 반복되길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비룡에게 해독환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성재: 저는 취선과 천천이 아닌, 맹도와 비룡의 손에 먼저 해독환이 들어갔더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좀 더 좋은 게 있으면 양보해 주고 싶은 마음이 사랑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모두 다 같았을 거예요. 당시 해독환을 들고 있던 게 누구였는지만 다를 뿐 각자 최선의 선택을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 이후의 선택이 문제죠. 제 입장에서는 맹도의 선택이 납득이 안 되긴 해요.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거야?’라는 생각도 들고요. (웃음) 어쨌든 저는 취선 역으로 연기 하고 있기 때문에 납득이 안 되는 걸 그대로 두고 연기하고 있습니다.
이세헌: 방금 성재 형이 들어준 예시가 너무 공감이 가요. 맹도였어도 당연히 그런 선택을 했을거에요. 취선 사형 입장에선 이해 안 갔겠지만, 맹도는 취선 사형을 보고 자란 사람이니 저로 인해 희생하고 망가지는 모습을 보기 힘든 마음이 더 컸던 거 같아요. 7년이 지났다고 해도 맹도가 취선만큼 어른이 아니기도 하고, 사형이니까 사제 마음도 좀 더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공연을 하고 계신데요. 마지막으로 관객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성재: 저희는 무대 위에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지만, 관객 분들은 추운 겨울날 시간 내서 먼 길 오시느라 많이 힘드실거에요. 게다가 불편한 의자에 정자세로 2시간 동안 꼼짝 없이 앉아있어야 하고요. 그럼에도 언제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하고, 항상 건강이 1번이기 때문에 운동이랑 스트레칭도 꼭 꾸준히 해주세요!
이세헌: <결투>라는 작품이 장르 특성상 좀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극이 진행되고 마지막엔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질 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엔딩으로 달려나갈 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접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신인인 제가 많이 낯설겠지만, 이 작품이 왜곡되지 않게 여러분들을 설득해 볼 테니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절대 제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박경호: 관객 분들이 <결투>를 얼마나 사랑해 주시는지 정말 많이 느껴요. 그래서 모든 배우가 그에 보답하려고 매 순간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거든요. 실제로 승현이 형의 주도로 ‘오늘도 최선을 다하자.’라는 화이팅 콜을 외치고 시작하기도 하고요. 그만큼 정말 열심히 하고, 앞으로도 더 잘할 테니까 최고의 극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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