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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결투> 인터뷰 - 이진혁, 권익환

최종 수정일: 2023년 5월 24일

지난 인터뷰에 이어 뮤지컬 <결투>에 출연 중인 비룡 역의 권익환, 맹도 외 역의 이진혁 배우를 만나보았습니다. <스톤 THE STONE>에 이어 두 작품을 함께 하며 쌓인 유대감이 느껴지는 자리였습니다.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2023년 4월 17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결투>를 더 즐겁게 보기 위해서 일독을 추천합니다!



※ 해당 인터뷰는 뮤지컬 <결투>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투>에서 맡은 역할과 소개 부탁드립니다.


권익환: 안녕하세요. 뮤지컬 <결투>에서 비룡 역을 맡은 권익환이라고 합니다. 비룡은 사형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원수인 맹도를 찾아 일심문파에 들어갔다가, 진실을 깨닫고 대마두로 복수의 대상이 바뀌게 되는 인물입니다.


이진혁: 원수라니 내 마음도 모르고. (웃음) 저는 <결투>에서 맹도, 점소이, 선릉 역을 맡고 있는 이진혁이라고 합니다. 가장 메인 캐릭터인 맹도의 소개를 드리자면, 천천의 사부이자 취선의 사제인 인물입니다. 그 누구보다 심지가 올곧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력으로 따지자면 따라올 자가 없는 강호 제일인이죠.



<결투> 공연이 시작한 지 어느새 중반을 지나고 있습니다. 개막 전에 우려하거나 기대했던 부분을 떠올렸을 때 스스로 중간 평가를 해본다면 어떤가요?


권익환: 개막 전에는 무술 씬이 많다 보니까 배우들끼리 서로 합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우려했던 부분이라면 부상에 대한 걱정이 제일 컸고, 반대로 무협 장르인 뮤지컬이 처음이다 보니까 기대되면서도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실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이진혁: 저도 안전이 제일 걱정이 됐었는데요. 연습 과정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고, 무술 감독님을 도움으로 지금은 굉장히 안전한 환경에서 공연하고 있습니다. 서정주 무술 감독님, 짱입니다.

권익환: 엄지척해도 지면에는 실리지 못하는 게 아쉽네요. 진짜 최고입니다.





개막 전 인터뷰에서 듣기로는 서정주 무술 감독님이 요령보다는 기본부터 차근차근 제대로 하시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이진혁: 처음 연습할 때는 저희가 강호인이 된 게 아닐까 싶은 정도였죠. 연습 3일 차 되는 날엔 근육통 때문에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상태였어요.


권익환: 맞아요. 여기가 연습실인지 체육관인지 헷갈릴 정도였어요. (웃음)


이진혁: 시간 관계상 모든 걸 다 할 순 없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무술 같아 보이는 형태까지 갖추게 된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저희가 판단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주로 배운 것은 권법, 검법 그리고 약간의 스킬?



이희준 작가님이 쓴 대본을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 거의 배우 자체라고 느껴질 정도로 캐릭터와 배우가 잘 어울리는데, 본인이 해당 역할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권익환: 저는 25살까지 데뷔라는 목표 하나만을 위해 정말 여러 가지 일들을 했어요. 지금까지 단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달려온 셈이죠. 그런 저처럼 비룡도 외골수적인 면모가 강해요. 비룡은 맹도에게 복수하겠다는 목표 하나만을 가지고 맹도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일심문파에 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복수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성향이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진혁: 희준 작가님 대본을 읽다 보면 캐스팅이 이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고 이해하게 돼요. 저는 맡은 역할이 다양하지만, 그중 저와 가장 닮은 건 풍검이라고 생각합니다. 올곧은 맹도의 모습과도 닮았다고 생각하지만, 풍검은 그에 비해 까칠하긴 해도 때로는 장난도 잘 치고, 정도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권익환: 덧붙이자면 전 평소의 진혁이 형이 맹도와 풍검 모두 정말 많이 닮았다고 생각해요. (웃음)





방금 말씀해주신 맹도 외에도 여러 가지 캐릭터들인 점소이, 풍검, 선릉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각 캐릭터에 대해 생각한 부분들에 대해 코멘트해주신다면요?


이진혁: 우선 점소이부터 말씀드리면 뮤지컬에서 극 중 화자와 캐릭터를 넘나드는 인물이 흔치 않잖아요. 그리고 보통 화자는 극에서 조금 떨어져서 설명해주는 편이고요. 극 안에서 감정적인 모습은 평소에도 보여줄 수 있다 보니 그런 부분은 최대한 제외하고 그와 대비되는 화자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중학교 때부터 무협지를 굉장히 즐겨 읽곤 해서 여기에서 이 장르를 다시 만나게 됐을 때 반가운 마음이 컸습니다. 그때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맹도를 만들기도 했고, 맹도가 처음 등장하는 대마두와 싸우는 장면을 두고 서정주 무술 감독님께서 맹도는 강하다, 라고 설명해주셔서 그걸 기반으로 고민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맹도는 강호 제일 고수이니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바르고 고지식한 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어요. 선릉은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한 캐릭터를 보여줘야 했죠. 연습 중에 대표님이 말씀하시길, ‘선릉이 소림사에서 방출당한 속가 제자임에도 불구하고 보통은 그런 사람이 오히려 겉보기엔 더 스님 같다.’ 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 말을 들으니 선한 인상을 짓고 다니는 스님이 떠올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은은한 미소를 지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너무 힘들더라고요. 제가 웃을 때 눈이 많이 접히는 편이라 앞이 잘 안 보이는 일이… (웃음) 시야가 제한되다 보니 무술 씬에서 합을 맞출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현재 무술 씬에서만큼은 눈을 제대로 뜨고 하고 있습니다.



<결투>에서 특히 익환 배우의 목소리나 톤에 가장 특화된 넘버들을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드는데, 극 중 넘버에 대한 얘기를 부탁드립니다.


권익환: 비룡의 솔로 넘버가 ‘비룡의 노래’, ‘풍운쌍검’ 이렇게 2곡입니다. 저는 이 두 곡을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여러 가지 보컬 중에서 완전히 다른 결로 노래하고 있어요. ‘비룡의 노래’에서는 목소리에 힘을 주고 다짐하는 느낌으로 강하게 부른다면, ‘풍운쌍검’은 미성을 많이 써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제가 맡은 역할이 아닌 부분을 말하자면, 사실 점소이 캐릭터도 정말 탐나요. 제가 판소리를 전공했는데, 판소리 자체가 인물이 화자였다가 극중 인물도 될 수 있는 장르거든요. 그래서 ‘어이 점소이’ 넘버가 굉장히 신명 나는 분위기더라고요. 언젠가 불러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진혁: 점소이의 넘버들이 그렇다보니 익환이가 터치해준 부분들이 매우 많아요. 곡에 어울리는 다양한 동작을 알려주기도 했었습니다.





조금 전에 진혁 배우님이 말씀하신 대로 참조로 활용한 무협 작품이나, 롤모델이 있는지?


이진혁: 참고를 위해 찾아봤다기보다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대본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인물은 있어요. 제가 학창 시절에 읽었던 소설의 주인공인데 거기에 맹도와 닮은 캐릭터가 나옵니다. 그 외의 부분은 서정주 무술 감독님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권익환: 저는 아예 무협 장르에 문외한이어서 캐스팅이 확정된 이후에 뭐로 입문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한 적이 있어요. <화산귀환>이라는 작품을 추천해주시더라고요. 무협 입문작으로 추천받기도 했고, 웹툰으로 보다 보니 그림으로 설명이 잘 되어있어서 쉽게 익힐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극 중 여러 인물이 얽히고설키는 데에 이 극의 매력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각자 연기 중인 캐릭터 입장에서 주의를 많이 기울이고 있는, 혹은 코멘트를 남기고 싶은 상대 캐릭터가 있다면요?


권익환: 비룡이 천천과 함께하는 장면이 가장 많아서 그와의 관계성을 많이 봐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비룡이 달려가는 목표 지점은 맹도입니다. 그런데도 맹도랑 마주하는 씬이 정말 없는데, 만났을 때 내가 이 사람을 찾기 위해 달려왔다, 이 사람이 나의 원수다 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풍운쌍검을 기억하시지요?”라는 대사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이진혁: 전 주로 마주하는 캐릭터가 취선이다보니 그에 대한 얘길 하고 싶네요. 공연이라는 게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현장 예술이다 보니 그날 공연에 따라, 취선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는 것 같아요. 취선이 맹도를 떠나보낼 때 그리고 제가 취선을 떠날 때 느끼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굉장히 어려울 정도로 복합적이거든요. 표면상으로는 제가 취선에게 상처 되는 말을 많이 했지만 그게 너무 미안하면서도, 저 때문에 이렇게 된 것도 죄책감이 강하고 스스로도 원망스러워서 떠나려고 하지만, 붙잡지 않는 모습에서 상처받기도 하고요. 다 슬프지만 그날그날 취선의 표현에 따라서 감정의 비중이 달라지고 있는 거 같아요.





두 배우분이 맡은 역할 중 많은 캐릭터가 스쳐 지나가지만, 그 중에서도 풍검-비룡이 각별한 사제 간인 두 분이 나오셨으니 둘의 관계에 대해 더 듣고 싶습니다.


권익환: 그 씬이 굉장히 짧지만 임팩트가 강하잖아요. 제 입장에선 두 명의 풍검이 너무 달라서 그에 대한 말을 먼저 하자면, 진혁이 형의 풍검 같은 경우에는 진짜 무심한 척 챙겨주는 성격이에요. 잘 안 웃어주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라는 건 잘 알고 있어서 제겐 경상도 아버지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요. (웃음) 그래서 툭툭 내뱉다가도 마지막에 검을 주며 보여주는 애정 표현에서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요. 성필이는 부드럽고, 비룡을 사랑으로만 키워줬을 것 같은 동시에 강인함이 느껴지는 풍검입니다.


이진혁: 비룡의 이야기는 풍운쌍검에서부터 시작이 되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중요한 씬이지만 짧다보니 보여줄 수 있는 게 매우 제한적이기도 하고요. 익환이가 얘기한 대로 제가 연기하는 풍검이 특히 조금 까칠한 면이 있어요. 그에 비해 운검은 굉장히 따뜻하고요. 그렇게 2명의 상반되는 인물들이 가끔은 심하게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그 누구보다 막역한 사이었을 거예요. 비룡은 그 모습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부드러운 면과 강한 면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래도 수련 마지막에 그렇게 꼼수를 부리면 안 됐지 않았나, 비룡아? 꼼수도 부릴 때 부려야지. 나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는데. 라는 말을 풍검 입장에서 하고 싶더라고요. (웃음)


권익환: 어떻게든 빨리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에 (웃음)



비룡 역의 입장에서 느껴지는 3명의 천천 배우들 (가람, 김민범, 박상혁)과 맹도 역의 입장에서 느껴지는 2명의 취선 배우들 (유성재, 홍성원)은?


권익환: 민범이 형과 데뷔와 같이 페어로서 공연을 1년 가까이 하다 보니 저한테는 사형 같은 사람이에요. 그리고 상혁이는 저보다 어린데 사형이잖아요. (웃음) 상혁이가 눈물이 되게 많아요. 저도 눈물이 많고요. 그래서 둘이 만나면 엄청나게 울어요. 둘이 같이 공연하다 보면 물에 잠기는 기분이 들 정도예요. 저를 떠나보낼 때 울어주는 천천이라서 그 모습을 보면 저도 눈물이 나서… 퇴장하면서 눈물을 훔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가람이형은 가장 맏형인데, 가장 어려 보여서 좀 억울한 면도 있어요. 전 처음 뵀을 때 가람이형이 당연히 막내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웃음) 형이 되게 재밌고 이런저런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매일 제안해주시다 보니 매 공연마다 받는 자극이 많아요. 천천 세명 모두 다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이진혁: 일단 상대 역인 성재 형과 성원이의 나이 차가 있다보니 배우 본체에서 오는 느낌이 어쩔 수 없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성재 형의 취선은 누가 봐도 성재 형이 사형이다 보니 사형 사제라기보다 좀 더 가족적인 느낌이 있고, 성원이의 취선은 저보다 먼저 입문한 사람을 사형으로 모시고 같이 지내다 보니 좀 더 강호인으로 생활하는 느낌이 있어요. 그리고 연습 때부터 느꼈던 건데 성재 형의 취선이 맹도를 떠나보낼 때 보여주는 그 눈빛이 너무 가슴 아파요. 눈물이 고여있는 웃음이 있는데 그게 정말 사람을 미치게 하거든요. 무대 위에서는 표현해야 할 바에 충실해야 하다 보니 그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가 퇴장 후에 혼자 눈물 흘릴 때가 있어요. 맹도가 거기서 취선을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데다 저한테 미리 말해주지도 않고… 그 탓에 미안함이 더 커지는 기분이고요. 이어서 풍검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성재 형의 운검을 마주할 때는 형한테 혼나는 느낌이 들어서 말을 잘 들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운검을 떠날 때 나는 나의 갈 길을 가야겠다, 고 선언하고 떠나는 기분이죠. 그리고 성재 형의 운검은 좀 더 아룡에 대한 마음이 강해서, 제가 죽으러 가는 길을 따라가겠다는 말을 당연하게 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혼자 남을 아룡이 걱정되는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성원이의 운검은 아룡보다는 친구로서 저를 더 걱정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권익환: 추가로 덧붙이고 싶은 말인데, 성재 형, 진혁이 형과 <스톤 THE STONE>을 같이 공연할 때 상대 배역으로 두 분이 할아버지 역할로 나오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 장면이 ‘우리가 처음 시를 쓰기까지’인데, 제가 그 장면을 너무너무 사랑했고 매번 울었거든요. 그때의 할아버지였던 두 분이 <결투>에서 저를 보내주니까 정말정말 슬퍼요.





그럼, 박상혁, 유성재, 이진혁 배우분과 같이 공연할 때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겠네요.


권익환: 그 땐 정말 심해로 가라앉는 기분이죠. (웃음)


상대 캐릭터의 배우와 가장 많이 나눈 얘기는 무엇인가요?


권익환: 가벼운 얘길 먼저 하자면… ‘저녁 뭐 먹을래?’라는 얘기를 제일 많이 했습니다. (웃음) 천천과 같이 공연하는 장면이 많으니까 어떻게 하면 둘의 관계성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까, 사형 사제의 느낌이 나야 하는데 어떤 면에서 그걸 잘 보여줄 수 있을지 얘길 많이 했어요. 상대 배우마다 가지고 있는 성향은 다른데 대본 안의 텍스트는 정해져 있다 보니 그걸 효과적으로 살려줄 수 있을 법한 얘기를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이진혁: 맹도라는 인물은 취선과의 관계성이 많이 보이는 보이는 편이죠. 그래서 이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가장 고민이었어요.우선 취선이 제자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맹도와의 관계, 즉 취선의 과거 서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그들의 이별이 더 슬플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했고 얼마나 서로를 아꼈는지,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 등에 대해 많이 얘기했던 것 같아요.


권익환: 이건 <결투>에 참여하는 모든 배우가 얘기했던 건데요. 취선과 맹도 그리고 천천과 비룡이 같은 상황에 놓이고 다른 선택을 하잖아요. 이 부분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고민했었어요. 텍스트만 보면 담백하게 나와 있지만, 무대 위에서 좀 더 효율적이고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방법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했었어요. 그게 이 극의 핵심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진혁: 그 중 성재 형의 의견이었는데, ‘취선과 맹도는 이런 선택을 했지만 천천과 비룡은 그와 다르게 둘이 함께하는 선택을 했으니 그 모습에 중점을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취선, 맹도의 선택을 천천, 비룡은 따라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더 맞지 않겠느냐.’라는 얘길 하셨었어요. 저도 그렇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현재 공연에서는 ‘도화주에 취해 Rep.’을 보면 천천, 비룡은 퇴장을 하고, 취선, 맹도는 무대 위에 남는 걸로 마무리가 되는데, 맹도 입장에서 그 부분이 좀 아쉽긴 해요. 시간이 좀만 더 주어졌다면 맹도와 취선의 관계를 더 보여줄 수 있었을 거예요.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창작진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거나 얘기했던 것들은 무엇인가요?


권익환: 저는 원래 눈물이 많아요. 먼지같이 작은 자극에도 쉽게 눈물이 나는 편인데, 제가 대본을 읽으면서 생각한 비룡은 눈물이 많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도 연기하는 도중엔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제 모습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으니 첫 런 돌자마자 작가님께 ‘괜찮나요?’라는 질문을 제일 먼저 했었어요. 제가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표현했는데 비룡이라는 캐릭터에 맞지 않을 수도 있을까 봐 걱정도 많이 했고 이 부분에 대해서 얘길 많이 했었어요. 슬픔만 너무 많이 표현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죠.


이진혁: 저는 연습 단계에서 점소이가 가장 어려웠어요. 등장과 퇴장이 잦은 것도 머리론 알겠는데 몸이 잘 안 따라주는 느낌이었고, 자꾸 제 마음속에서는 극 중 인물로서 감정 이입이 돼서 극 중 점소이의 입지가 확실하지 않으니 표현에 대한 얘기를 더 많이 했고요. 게다가 점소이가 혼자서 끌고 가야하는 넘버가 꽤 있는데,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점소이가 극 중에서 제일 자유도가 높은 캐릭터이기도 하고, 재밌게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지금까지도 계속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이진혁: 캐릭터마다 다른데 풍검으로서는 ‘강호에 홀로 핀 꽃이 되거라.’, 라고 말하는 부분이 좋아요. 작가님의 텍스트가 너무 멋있고 그에 걸맞게 작곡가님과 편곡가님이 써준 음도 굉장히 좋고요. 그리고 맹도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저갱에서 죽을 때죠. 맹도라는 캐릭터가 속마음을 솔직하게 얘기하질 못하고 떠나잖아요. 그러고 몇 년 만에 와서 한다는 말이 제자 맡아달라는 거고. 하지만 결국 그렇게 원하던 강호인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동시에 취선을 따라갈 수 있다는 안도감으로 마지막엔 모든 응어리가 풀리는 장면이라 좋아합니다.


권익환: 모든 텍스트를 다 좋아해서 고르기는 어렵고,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의 대사는 이 전에 말한 것처럼 ‘풍운쌍검을 기억하시지요?’라는 대사예요. 대본을 처음 볼 때부터 이 대사 생각만 들더라고요. 이걸 위해 달려왔으니 골은 넣어봐야죠.





결말이 어떻게 보면 열려있기도 하고 다소 일반적이진 않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각자 이 극의 결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진혁: 결말에 대해서는 저희끼리 연습 과정에서 내린 결말이 있지만, <결투>라는 극을 만들어 나가면서 저희가 의도한 바는 열린 결말이기 때문에 관객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권익환: 저도 그래요. 관객분들의 상상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제가 무대 경력이 많지는 않지만, MJ Starfish의 이전 두 작품의 피날레는 항상 메들리였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잖아요. 회사 입장에서는 매우 큰 도전이고 용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제작사의 극을 보시던 분들이 예상하던 결말 형태를 뒤집고 열린 결말로 단칼에 끝내버리잖아요. 관객분들은 신선하다고 느꼈을 것이고, 저는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완결 맺을 수 있어서 열린 결말을 좋아해요. 해피엔딩으로 생각해주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안타깝지만 새드 엔딩으로 생각해주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어느 쪽이든 저는 좋습니다.



앞으로 남은 <결투> 공연 기간 동안 자신만의 목표가 있다면?


이진혁: 안 다치는 거?


권익환: 현실적이다. (웃음) 아, 이 형이 연습 땐 안 그러는데 항상 공연만 들어가면 소품이 망가지는 일이 벌어지더라고요.


이진혁: 그럼, 염주알 안 터트리는 거? 술병 안 깨는 거? (웃음)


권익환: 저는 굉장히 개인적인 목표일 수도 있는데, 이전 공연들에서 상대 배우분들과의 케미를 좋아해주셨던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엔 모든 천천 배우와의 케미를 골고루 챙기고 싶습니다.


이진혁: 그럼 저도. (웃음)





마무리로 서로에게 한 마디씩 해주세요.


권익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성재 형을 보다가 진혁이 형을 보면 굉장히 같은 캐릭터 같아서 볼 때마다 되게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웃음) 데뷔 때부터 함께 해온 형인데 지금도 아주 부족하지만, 데뷔 땐 걷는 방법, 노래하는 방법도 몰랐을 때라 되게 많이 도와주셔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건 진혁이 형뿐만 아니라 지금 함께하는 모두가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저 포함해서. 꼭! 저 포함해서요.


이진혁: 듣다 보니 생각났는데, 저도 특히 이번 연습 과정에서 익환이에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점소이 캐릭터에 대해 부담감이 매우 컸고, 감이 안 잡힐 때마다 익환이가 먼저 와서 많이 도와줬어요. 도와주지 않았다면 많이 헤맸을 거예요. 자기 할 것도 바쁠 텐데 먼저 다가와서 이런 건 어때? 하고 제안해준 것도 고맙고요. 지금 실제로 익환이가 제안했던 것들로 하는 것도 많아요. 연습실 때 익환이가 안 나오는 장면을 하고 있으면 저랑 성필이랑 구석 가서 익환이에게 개인 코치를 받던 것도 생각나네요. 고맙다, 익환아.



끝으로, 이 극을 열렬히 사랑해주시는 관객 여러분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진혁: 모든 극이 창작 과정을 거쳐 초연할 때 다들 하는 걱정이겠지만, 관객분들 반응에 대한 걱정이 많았었거든요. 특히 장르의 생소함이나 용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점들이요. 그래도 그걸 다 이겨내고 감사하게도 많은 사랑을 보내주셔서 기쁩니다. 끝까지 안 다치고 열심히 달려 나갈 테니까 끝까지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권익환: 연습 때부터 공연하는 지금까지 팬 분들의 편지를 받아보다 보면, 안전에 대해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가장 많아요. 파스 같은 것도 챙겨주시고. (웃음) 그래서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저희 정말 연습부터 철저히 준비한 만큼 굉장히 안전하게 하고 있으니 걱정은 덜어두시고, 남은 기간 더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더 열심히 발전된 모습으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른 데 가시면 안 돼요! 꼭 2관으로 오세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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