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빌리 역을 맡은 팡이 아빠 강정우입니다.
<알렉산더>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소감
희준 작가님과 <공동경비구역 JSA>를 함께 작업했던 것이 계기가 돼서, 이후로도 가끔 연락 드리기도 했던 좋아하는 작가님이에요. 그리고 박정아 작곡가님은 2014년에 <사춘기>에서 뵈었어요. 두 분 다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고, 제 기대대로 이 프로덕션 특유의 시너지와 색이 굉장히 매력이 있더라고요. 그 점이 굉장히 좋고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극이 발전해나가는 걸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
극 중 맡은 역할 소개 부탁드려요.
1930년대, 빌리 하트라는 조교사입니다. 감성적인가 이성적인가로 나눠보자면 감성에 먼저 이끌리는 사람이에요. 기술적으로 말을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다가가는 천재 조교사죠. 빌리가 경주나 안락사와 같은 사건을 마주하게 될 때마다 감정적, 윤리적으로 괴로워하거든요. 신화에 등장하는 종족이라고 할 정도로 존경하고 좋아하는 말을, 인간의 틀에 맞춰 훈련시키고 경주마로 조련하는 것에 대해 끝없이 고뇌하는 인물이예요. 말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본인의 직업 자체가 딜레마인 사람. 그래서 제가 보기엔 일반적이기보다 비범한 사람인 것 같아요.
이어서 고우트도 굉장히 특별한 염소예요. 다른 염소들과는 달라요. 본인의 최후는 ‘건강원’ 정도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도망을 친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굉장히 똑똑하지만 백조가 되고 싶은 오리처럼, 천재마인 알렉산더를 질투하면서도 자기 밑으로 두고 싶어 해요. 인간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풀어내는 솔직한… 흑염소입니다.
그냥 염소가 아닌 흑염소인가요?
분장으로 표현되진 않겠지만 검은 마음이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역할을 위해 찾아보거나 준비 중인 점이 있다면?
다른 공연이라면 인물을 물리적으로 장치해서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을 텐데, 이 공연은 사실적이지 않게 사실적으로 표현하거든요. 말이라고 배우가 네발로 다니는 게 아니라, 그들이 겪고 느낀 감정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해요. 그래서 저도 특별하게 동물을 표현하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하지 않았어요. ‘말인데 어떻게 저렇게 말해? 왜 두 발로 걸어 다녀?’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각 캐릭터의 정서나 콤플렉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빌리는 고뇌를, 고우트는 부러움이나 질투와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연습하면서 어렵거나 재밌는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관객분들과 정서적으로 더 잘 교감할 수 있을까. 극 중에서 ‘우승했다!’고 한다면 관객과 그 우승한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면 하거든요. 그런 부분이 어렵고요. 뮤지컬 2인극이 처음이다 보니 해야 할 일도 많고 준비할 일도 많아요. 작품이 굉장히 진중한 분위기다 보니 저희들끼리 풀면서 만들어나가는 과정들이 소소하게 재미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나 넘버에 대해 알려주세요.
공연을 한 달 정도 앞둔 지금 이 시점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빌리로서 알렉산더에게 불러주는 노래에 ‘자기 생의 한 토막을 잘라서 너에게 준다.’는 가사가 있거든요. 빌리의 미안함과 감사함, 진심이 담겨있는 그 장면이 굉장히 좋은 거 같아요.
<알렉산더>의 매력 포인트를 영업해주세요
정말 좋은데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제가 주변 사람에게 소개해준다면 ‘한 번 보면 왜 오라고 했는지 알게 될 거야.’라고 말해줄 거 같아요.
릴레이 인터뷰! “어떻게 살았길래 연기를 그렇게 잘하는지 궁금합니다.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서 설명해주세요.”라고 노윤 배우께서 질문을 남겼어요.
다른 분들이 이 질문 보면 서로 잘났다고 칭찬해주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쟤네 뭐야? 하는 느낌으로… 둘이 같이 있을 때 물어보지… (웃음)
제가 감히 다른 사람을 연기한다는 건 무대 위 사람들끼리도 약속하는 거지만 관객분들과도 서로 약속을 하고 공연을 하는 거잖아요. 그 약속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지켜나가는 과정이 재밌어요. 제가 실제론 천재 조교사도 아니고 흑염소도 아니지만 우리가 서로 약속했다고 생각하면 열심히 하게 돼요. 두 번째 이유는 윤이 네가 있어서? (웃음)
그리고 박규원 배우에게 질문 하나 남겨주세요.
‘넌 왜 재연이야?’라고 물어보면 알 거예요.
규원이가 음대 출신이기도 하고 초견이 진짜 엄청나게 좋아요. 규원이는 악보를 보면 바로 알아요. 그래서 음악에 관해 익히는 시간이 거의 필요 없는 수준인 거예요. 그래서 ‘왜 너만 재연이야? 난 초연인 줄 알고 왔는데~.’ 라는 농담을 가끔 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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