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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서 사랑으로, 권태하

최종 수정일: 2023년 10월 31일



지금처럼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보고 싶어요.

학교에 다닐 때는 뮤지컬을 꿈꿨다기보단 그냥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게 다였고요. 예전엔 회사에 소속된 채로 매체 데뷔를 준비했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것도 데뷔를 하고 싶어서 노력했던 몸부림 중 하나였죠. 열심히 준비했지만 결국 잘 안됐고, 꿈을 이루지 못한 채로 학교로 돌아왔는데 이젠 연기가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만둘 때가 된 건가? 난 배우를 할 수 없는 운명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같이 연기하던 친구를 불러서 그만둔다는 얘길 했더니, 친구가 손을 잡고 말리는 거예요. “더 해보자. 우리 30살까지는 같이 한번 해 보기로 하지 않았냐. 그때도 아무것도 없으면 그만두자”라는 얘길 하더라고요. 사실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오디션을 보는 것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었기 때문에, 다른 장르에 도전해 보자는 생각으로 오디션 공고 사이트에 접속했어요. 그때 마침 처음으로 본 게 MJ Starfish의 오디션 공고였어요.


그게 MJ Starfish와 만나게 된 계기였군요.

그렇죠. 당시에 제가 뭘 알았겠어요. 많이 부족한 상태였는데 좋게 봐주신 덕분에 덜컥 합격한 거예요. 그땐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항상 <스톤 더 스톤>을 떠올리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져요. 제일 힘들었을 때 만났던 작품이고 작품에 같이 참여했던 형들과도 굉장히 끈끈해요. 특히 (반)정모형과 지금도 자주 연락하고 지내요. 형도 저와 비슷한 일로 힘든 일을 겪어서 그런지 제가 지칠 때 연락하면 되게 잘 받아주거든요. (웃음)


그래서인지 데뷔 무대인데도 불구하고 긴장된 모습보단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맞아요. 한 분이라도 엄하게 대하셨으면 저도 주눅 들어서 그런 모습은 아니었을 거예요. (유)성재 형님이랑도 연락 엄청나게 자주 해요. 성재 형님이 예뻐해 주시는 것도 있고, 무대에서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해주시는 분이거든요. 그때와 같이 공연했던 분들 모두가 형이나 선배라기보단 친구처럼 대해주세요. 성인이면 다 친구라면서. (웃음)



그 뒤로 계속해서 MJ starfish와의 인연이 이어지고 있네요. 1년 넘게 쉬지 않고 같은 제작사의 극을 연달아 하는 건 특이한 케이스 같아요.

참여했던 모든 극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계속 이 제작사의 작품에 참여하면서 이희준 작가님의 큰 그림 중 일부를 엿본 느낌이에요. 작가님은 진짜 천재예요. 작가님의 글이 정말 좋아요.


얼마 전엔 <아킬레스> 콘서트에도 참여하셨죠.

네. 작년에 이어서 이번에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작년엔 콘서트에 참여하는 게 처음이기도 했고, 코로나로 인한 함성 제한이 풀린 직후라서 제가 참여했던 극도 아닌데 객석 분들의 극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게 느껴져서 울컥하기도 했어요. 아직은 제가 많이 모자라지만, 지금의 아킬레스 배우분들처럼 객석을 사로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가 생긴다면 해보고 싶은 극 중 하나입니다.




잠시 쉬어가고 있는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요? 최근 SNS에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 사진을 올린 걸 봤어요.

네. 맞아요. 저는 여행을 쉬러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지난 1년간 정말 열심히 살았으니 이번 여행을 다시 달리기 전에 충전하는 포인트로 삼으려고 했어요. 멍하게 풍경 보고 커피도 여유롭게 마시고. 그런데 누나는 계획형이라서 그런지 이것저것 준비해 왔더라고요. 각박하게 살다가 왔는데 제주도에서도 활 쏘러 가고, 귤 따러 가고 수영하러 가고. (웃음) 코피 날 뻔했어요.


그럼, 지금 당장 어떤 제한도 없이 쉬는 목적으로 떠날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어요?

휴양지를 가고 싶어요. 아프리카의 모리셔스라는 나라가 있는데, 산도 있고 초원도 있고 바다도 있는 멋진 곳이더라고요. 유럽은 언젠가 갈 기회가 있을 것 같은데 아프리카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가기 힘들지 않을까요.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일은 뭐예요?

당연히 참여하고 있는 작품이 1순위죠. 그걸 제외하고는 운동이요. 사실 전 운동하는 걸 진짜 안 좋아해요.


운동을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진짜 싫어해요. 제가 6~7살 때인가, 축구 경기하는 걸 보러 간 적이 있는데 제가 엄마한테 “왜 저 공 하나 가지고 저렇게 많은 사람이 뛰어다니는 거야? 너무 비효율적인 거 같아.”라는 식으로 이야길 한 적이 있대요. 지금은 축구 경기 보는 걸 좋아하지만, 학창 시절에도 축구를 해본 적이 없어요. 땀 냄새 나는 걸 싫어했거든요. (웃음)


그런데도 운동을 하는 거라면 큰 계기가 있었을 거 같아요.

네. 요즘 드라마나 영화 어딜 봐도 다들 몸이 정말 좋더라고요. 다른 건 안 돼도 몸은 제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딱 든 거예요. 그때부터 헬스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쭉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중인가요?

최근 집중하고 있는 부위는 어깨예요.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등인데, 등 근육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근육이 아니라 운동하면 가장 쉽게 늘어나는 근육이지만 어깨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켜도 전부 헬스 영상뿐이에요. 저 너무 운동에 진심인가요? (웃음)


지난 인터뷰보다 확실히 달라진 게 느껴져요. 그렇게 진심이라면 운동으로 목표하는 이상향이 분명히 있을 거 같아요.

어느 정도 근육량을 충분히 만들어 놓은 뒤에는 다이어트를 열심히 할 계획이에요. 근육만 키운 상태에서는 부해 보이기 쉬우니 계속 철저히 관리할 생각입니다. 이 외에도 확실히 몸이 달라지는 게 느껴져서 좋고 자세도 잡히고, 같이 운동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재밌어요.



이야길 하다 보면 본인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 같아요.

그런가요? 저는 저를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원하는 건 확실히 있는 편이에요. 향수도 특정 계열의 향만 사용하는 편이고요. 고등학생 때부터 23살 때까진 한 가지 향수만 쭉 썼어요. 제가 향에 민감해서 그런지 향으로 사람을 기억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한테 내가 이런 향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서 더 신경 써서 뿌리는 것도 있어요.


좋아하는 것들 얘기를 더 해볼까요.

대만, 일본의 청춘 영화에 나오는 청량하고 아련한 느낌의 영상미를 좋아해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가 제 인생 영화거든요. 코마츠 나나 배우의 얼굴이 클로즈업으로 잡히는 첫 장면의 표정이 잊히질 않아요. 그 외에도 놀란 감독의 영화들을 좋아합니다. 최근 OTT에서는 <환혼>을 재밌게 봤고요.


좋아하는 작품 얘기들을 듣다 보니 시간을 소재로 한 것들이 많네요. 시간여행을 소재로 쓴 <V 에버 애프터>에서 기억에 남는 일 있어요?

처음엔 프란체스를 어떤 식으로 연기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웠어요. 만약에 제가 레미 역이었다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프란체스는 저 스스로의 모습과는 다른 느낌의 배역이라고 생각해서 첫 출발부터가 너무 어려웠어요. 연습 기간 내내 “어떡하지?”라는 얘길 제일 많이 했던 거 같아요. 반면에 같은 역이었던 정모 형은 뭘 해도 다정하고 능수능란한 플러팅처럼 느껴지는 점이 부러웠어요. 실제로 프란체스와 가까운 느낌도 있고요. 역할을 준비하며 고민하던 저에게 형이 “너는 너만의 길을 가야 해. 너만의 색깔을 찾아.”라고 말해주더라고요.


앞서 말한 작품들처럼 시간을 여행할 수 있게된다면 과거, 미래 중 어디를 택할 거예요?

미래보다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것 같아요. 미래는 지금 얼마만큼 노력하는지에 따라서 달라질 게 분명하잖아요. 지금처럼 미지의 상태로 하나씩 이뤄가는 게 너무 기대되고 좋아요! 돌아간다면 돌아가고 싶을 때가 너무 많네요. 저에겐 아버지와 같았던 돌아가신 첫 번째 판소리 스승님을 찾아가서 다시 얘기도 하고 싶고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싶어요! 지금 배우를 하고 있는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게 춤도 더 열심히 췄을 거예요.



결국 공연을 하는 지금으로 돌아오게 되네요. 평소 극을 준비하는 루틴이 있다면요?

우선 대본을 먼저 봐요. 전체적인 스토리를 알아야 무슨 감정으로 불러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또 대본을 보면서 저와 닮은 부분을 가장 먼저 찾기 시작하기도 해요. 그 부분부터 이해해야 이 캐릭터가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거든요.


이 일을 하면서 짜릿함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지금같이 공연이 올라가기 전에는 그런 기분을 느끼기는 어려워요. 대신 개막 이후에 제가 열심히 연습한 걸 관객분들이 그대로 알아줬을 때가 정말 좋아요. “이런 것까지 알아봐 주실까?” 싶었던 것도 다 알아보시더라고요.


관객들의 피드백에 예민한 편인가요?

쓴소리를 피하진 않아요. 수용할 건 수용해야죠. 하지만, 휘둘리려고 하진 않아요.

아무래도 가장 좋아하는 피드백은 칭찬해 주시는 말씀이죠. 물론 좋은 말 해 주시는 것들 모두 다 감사하고 노래 잘한다는 얘기도 너무 듣기 좋지만, 그래도 저는 배우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연기 잘한다는 얘길 듣는 게 희열이 더 크더라고요.



무대 작업할 때 텔레파시가 잘 통하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해요.

성재 형을 꼽고 싶어요. 제가 원래 애드리브를 안 하는 편인데, 성재 형님과 마주 서면 입이 간지러울 정도예요. 마치 머릿속에서 ‘오늘은 해라.’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고요. (웃음) 또 형님이 무대를 뒤집어 놓은 뒤에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해 놓기 때문에 전 숟가락만 얹는 정도죠. 너무 잘 통하는 형이고, 그래서 이번에 최근에 노래 레슨을 받아보면 스펙트럼이 좀 더 넓어지고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얘길 들었는데 누구에게 받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성재 형님께 배워보려고 합니다.


이제 올해도 얼마 안 남았어요. 연초에 세웠던 목표에는 도달했나요?

연기를 그만두려고 했다가 다시 무대로 돌아온 순간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하려고 다짐했어요. 그래서 너무 멀리 보기보단 하나씩 이뤄나갈 수 있는 가까운 목표를 세우고 집중했고요. 그렇게 간절히 바란만큼 올해에는 쉬지 않고 여러 작품을 하게 되어 감사하게도 저의 개인적인 올해 목표에는 도달한 상태입니다.


그러면 내년의 계획도 미리 들어볼 수 있을까요?

내년엔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성재 형이 출연했던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보면서 저런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었거든요. 또 제 정체성은 뮤지컬 배우인 만큼 노래의 기술적인 부분들을 발전시키고 싶어요. 그러면 지금보다 좀 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제가 판소리를 배웠던 만큼 정말 잘할 자신이 있는 한국적인 작품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창극도 기회가 된다면 꼭이요.


앞으로 나이가 들어도 본인에게서 바뀌지 않을 것 같은 건 무엇인가요?

제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모습 중에 하나는 가족에 대한 마음이에요. 누구나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같을 거예요. 그래도 어떨 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다 보니 소홀해지기 쉽잖아요. 저는 제가 가진 이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했다시피 이번에 여러 작품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이번에 마침 결혼을 앞둔 저희 누나에게 해주고 싶던 선물을 제힘으로 해줄 수 있게 됐어요. 또 어머니께서는 계속 본인의 일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계속 하시겠지만, 하루하루 너무 치열하지 않고 여유롭게 일하실 수 있도록 어머니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아들이 되고 싶어요. 이런 마음들이 제가 발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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